11월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며 전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첫 TV토론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저녁에 열린 뒤 어느 후보가 더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를 놓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 월가에서도 해리스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는 반응이 대체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향후 대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토론 결과를 바라보는 미국 경제계의 시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 CNN “월가는 ‘해리스 판정승’ 분위기”
12일 CNN은 “월가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에 판정승을 거둔 것처럼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CNN은 비근한 예로 트럼프 후보를 위해 만들어진 보수성향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토론회 직후인 11일 폭락한 사실을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7% 넘게 급락하며 15달러선까지 밀렸다. 트럼프 미디어 주가가 17%나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저 수준이다.
CNN은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내놓기 전인 지난 6월 트럼프와 TV 토론에서 트럼프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인 뒤 트럼프 미디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라면서 “해리스가 트럼프와 처음으로 격돌한 이번 토론에 대해 월가에서는 트럼프보다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보여준 셈”이라고 전했다.
◇ 토론회 뒤 비트코인, 달러화도 약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육성을 공약으로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환호했던 가상화폐 관련 업계도 트럼프의 부진한 토론회 성적에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의 수혜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리스와 트럼프 간 토론이 시작된 직후 3%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5만75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던 비트코인 가격은 토론회 진행과 함께 급락해 5만6107달러까지 떨어졌다.
경제분석 업체인 ING 이코노믹스는 토론회가 끝난 뒤 발표한 투자 노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토론회 직후 하락한 것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토론회를 계기로 낮아졌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금까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강세를 띌 것으로 예상된 달러화가 토론회 직후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환 리스크 관리업체 이버리의 매튜 라이언 분석팀장은 “토론회 후 달러화가 약세를 기록한 것은 해리스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외환 리스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