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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인수전에서 정치적 오판

바이든 반대로 무산 위기... 노조 반발-정치적 역학 관계 간과

이태준 기자

기사입력 : 2024-09-10 13:32

일본제철 로고가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본사에 표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제철 로고가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본사에 표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 최대 철강기업 일본제철이 1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철강회사 US스틸 인수 계획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대 입장이 공식화되기 한 달 전부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힌트를 받았지만, 이를 간과하고 정치적 역학 관계를 오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CFIUS의 경고, 일본제철은 '경제 논리'로 돌파 가능하다고 판단


지난 8월 1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일본제철과 US스틸 경영진에게 국가 안보 위험 가능성을 통보했다. CFIUS는 이번 인수로 미국의 철강 생산 능력이 감소하여 운송, 인프라 등 핵심 산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의 인수를 막을 수 있는 CFIUS의 경고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한 일본제철에 중대한 위험 신호였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사업적 이점을 끈기 있게 설명하면 거래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달 19일 재무부 회의에서 일본제철과 US스틸 경영진은 CFIUS 측에 US스틸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제철의 투자가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CFIUS가 이들의 주장에 공감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본제철의 수석 협상가인 타카히로 모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노조와 건설적인 장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하며, 12월 제안 발표 이후 미국을 5차례 방문해 약 1,000명을 만나 경제적 이점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모리는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선거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라며 CFIUS 및 다른 미국 규제 기관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일본제철은 US스틸의 노후 시설 개선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CFIUS의 최후통첩, 바이든의 반대... 일본제철의 오판


그러나 지난달 31일, CFIUS는 양사에 17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보내 우려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고 답변 기한을 단 하루로 못 박았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거래를 무산시킬 태세라고 보도했다.
CFIUS의 서한은 거래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9월 4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9월 1일 전화 통화에서 양사의 변호사들은 짧은 답변 기한에 대해 CFIUS 측에 항의했지만, CFIUS 관계자는 "청취 전용 모드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백악관이 이미 인수를 차단하기로 결정했음을 시사하는 불길한 신호였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지난 3일 100페이지 분량의 답변서 초안을 작성해 CFIUS에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사실 관계 수정, 완화책 제안, 거래 유지 주장 등이 담겼으며, USW가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다음 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래를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조 반발, 정치적 역학 관계 간과... '정치 이해 부족'의 전형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 발표 전에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철강노조(USW)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US스틸은 노조가 다른 인수 후보와 협상 중이며, 일본제철과의 협상은 기밀 유지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일본제철의 인수 계획이 공개되자 USW는 노조를 배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USW는 성명을 통해 US스틸이 외국 기업에 "매각"되는 동안 노동자들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비난하며, 미국 정부에 거래가 근로자와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USW의 반발 이후 불과 3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이번 인수가 면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제철이 노조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노조, 특히 노조 지도부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수 발표 후 몇 주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공화당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4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위해 마련한 백악관 만찬에는 USW 위원장 부부가 참석했지만, 일본제철과 US스틸의 CEO는 초대받지 못했다.

"미래에는 기업이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것"


일본제철은 거래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단지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며, 선거가 끝나면 바이든 대통령이 거래의 경제적 이점을 평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CFIUS의 최후통첩과 바이든 대통령의 반대 입장 표명으로 일본제철의 낙관론은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미래에 기업이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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