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7, 18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폭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글로벌 금리 인하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지난 6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오는 12일 다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4일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25bp 인하했다. ECB가 이번 주에 다시 금리를 내리면 연준이 다음 주에 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글로벌 금리 인하 도미노 현상이 가시화된다. 특히 ECB는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피벗’에 착수할 때 대체로 연준을 뒤따라갔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ECB가 연준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을 선도하고 있다.
ECB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0% 금리를 유지하다가 2022년 7월부터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ECB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에 4.5%에서 금리를 동결했다가 올해 6월에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ECB가 연준에 앞서 움직이는 이유는 유로존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유로존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6개월 연속 경기 위축을 나타냈다.
ECB는 이달 12일과 10월 17일, 12월 12일까지 올해 세 차례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남겨 놓고 있다. ECB가 오는 12일 금리를 내린 뒤 올해 12월에 다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연준이 오는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베이비 스텝을 밟을지 아니면 0.5%포인트를 한꺼번에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지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오후 현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70%,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30%로 나타났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인하 전망이 각각 59%, 41% 수준이었다. 그러나 6일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빅컷 전망이 45%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빅컷'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0.25%포인트 인하 쪽으로 무게 중심이 확실하게 옮겨갔다.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14만2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또 6~7월 고용 증가 폭도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4.2%로 시장의 전망과 일치했다.
연준의 첫 금리 인하 폭은 오는 11일 발표될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는 8일 “연준의 빅컷 단행 여부는 8월 CPI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말 금융위기와 대침체 이후 빅컷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적이 없다.
웰스파고는 투자 메모에서 “8월 고용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가 될지, 아니면 0.5%포인트로 올라갈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우리가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0.25%포인트가 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8월 CPI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바클레이스는 8월 헤드라인 CPI가 2.5%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6%를 제시했다. 마켓워치는 2.6%가 대체적인 시장 전망치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와 BofA는 8월 근원 CPI가 연 3.2%, 전달에 비해 0.2%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7월 CPI는 연 2.9%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2%대로 떨어진 건 2021년 3월 이후 3년 반 만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연 3.2%를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