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 생산지표 약화 조짐에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강화되자 이번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가 더해지면서 채권 가격 랠리를 견인했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 후반 7bp 가까이 하락한 3.844%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5bp 하락한 3.877%에 거래됐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7.2로 5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하회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지표는 전월 대비로는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는 못 미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낳았다.
채권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내에 기준 금리를 100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남은 세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한 차례는 이례적인 ‘빅컷(50bp 인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 주 7월 구인 건수, ADP 8월 민간고용지표, 노동부의 8월 고용보고서가 모두 발표될 예정으로 지표가 이달 금리 인하 폭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이달 연준의 25bp 인하 가능성을 약 61%, 50bp 인하 가능성을 39%로 반영하고 있다.
4개월째 랠리...9월에는 경계해야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 4개월 동안 강세를 보이면서 2021년 이후 최장기간 랠리를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채권 시장 랠리가 연준이 향후 12개월 동안 200bp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의 강점을 다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컬럼비아 스레드 니들 인베스트먼트의 금리 전략가인 에드 알 후사이니는 블룸버그에 “큰 랠리를 놓쳤다면 지금 추격하는 조금 위험할 것”이라면서 “고용 시장이 안정되거나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올해 남은 기간에 이것이 논쟁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상으로도 랠리 연장을 위해서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채권 전략가들을 인용해 9월에는 여름철 소강 국면 이후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공급 압력이 가중돼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계절적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9월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달로 기록됐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0년 중 8년 동안 9월에 평균 18b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채권 전략 책임자인 레슬리 팔코니오는 “시장이 너무 많이, 너무 빨리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