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산업 악화로 올해 상반기 저조한 경영 실적을 낸 국내 철강 업체들의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달 철강 제품 수출액은 202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원자재 가격도 하락해 제품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원가의 10~2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어 반등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1.3% 줄어든 497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현대제철은 980억원으로 78.9% 줄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인적분할로 전년 대비 정확한 실적 변화는 알 수 없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동국제강이 405억원으로 23% 줄었다. 반면 동국씨엠은 291억원으로 22% 증가했다. 세아제강은 별도 기준 359억원으로 47.2% 감소했다. 대부분 철강 업체들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저렴한 중국 철강 제품 물량 과잉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시장 침체로 판매가 예전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 확대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에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7월 철강 제품 수출액은 27억9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이는 2020년 7월(22억230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한 철광석 가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 원자재 가격 하락은 제조업들의 원가 부담을 줄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철강 업계의 경우 고객사들이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해 수익성이 악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철강 업계는 상반기 조선업계와 후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인하에 합의했다.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도 변수다.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을 할 것"이라며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 이후 요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요금은 철강 제품 원가의 10~20%를 차지한다. 업계는 업체 규모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기요금 kWh당 1원이 오르면 연간 평균 100억원가량 원가 부담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업황 회복여력은 미약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강업체들의 실적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