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전기차 소비자들이 최대 7500달러(약 1041만원)의 연방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대거 차량을 구입하고 있다고 CNBC가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오는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주도한 법안이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데 이어 트럼프가 서명하면서 오는 9월 30일부로 사라지게 됐다.
◇ 7월 전기차 판매량 역대 두 번째…신차·중고 모두 급증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미국의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약 13만100대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지난 6월 대비 26.4% 증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수준이다.
7월 전기차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고 전기차 판매 역시 급증해 7월 한 달 동안 약 3만6700대가 거래돼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 수석 분석가는 “세액공제가 사라지기 전에 3분기 전기차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세금 혜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인기 모델 판매 신기록…딜러들도 마케팅 총력
특정 모델의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쉐보레 이쿼녹스 EV는 7월 한 달간 8500대가 판매돼 테슬라를 제외한 단일 전기차 모델의 월간 판매 최고 기록을 세웠다. 혼다 프로로그와 현대 아이오닉5도 7월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딜러들도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 상단에 ‘7500달러 연방 세액공제 종료’라는 안내 문구를 띄우고 ‘한정 재고·즉시 인도’를 강조하며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7월 한 달간 딜러들이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한 평균 인센티브는 약 9800달러(약 1360만원)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거래 가격의 17.5%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 세액공제 사라지면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현재 미국에서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8078달러(약 6675만원), 전기차는 5만5689달러(약 7728만원)로 여전히 차이가 크다. 그러나 7500달러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전기차 가격은 약 4만8189달러(약 6687만원)로 사실상 신차 평균 가격과 비슷해진다. S&P 글로벌의 탐 리비 애널리스트는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시장 조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세액공제가 사라진 뒤인 4분기에는 전기차 판매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고 전기차 시장은 이미 많은 구매자가 4000달러(약 555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충격이 덜할 수 있으며 오히려 공급 확대와 가격 인하로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콕스 오토모티브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