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각)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뒤 한국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와 주식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등 위험자산 전반이 랠리를 펼쳤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 시장 주가지수는 이날 하락세를 뒤로하고 상승 반전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멕시코 페소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가 각각 1.6% 넘게 오르며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 원화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38.8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야간 거래에서 1324원까지 급상승했다. 원화 환율은 야간 거래 초반까지는 1330원대 후반을 유지했으나 파월 의장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하자 달러 매도세가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연준이 정책을 조정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경제 지표, 진화하는 전망 및 리스크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3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달러화는 전방위적인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의 개도국 통화 지표는 0.4%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연준의 1%포인트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했다.
뉴욕 소재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윈 씬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는 ”파월 의장은 금리 경로가 여전히 지표에 의존적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이를 필요하다면 공격적으로 정책을 완화하겠다는 약속으로 봤다“면서 ”이제 모든 것은 2주 앞으로 다가온 고용보고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동안 정치적 리스크와 엔 캐리 거래 청산으로 타격을 입은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 대비 2.3%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중남미 지역의 증시와 통화 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하락 압력을 받았던 브라질 헤알화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랠리를 펼치자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칠레와 콜롬비아 통화도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