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식품, 주거, 의료 및 보육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드는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행한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기본적인 금융 안정을 핵심으로 하는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에 대한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공약은 식료품에 대한 가격 폭리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고,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대해 6000달러의 자녀 세액 공제를 신설하며, 첫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의 계약금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해리스의 정책 제안은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트럼프 세금(Trump tax)’라고 맹비난하면서 트럼프가 억만장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를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알고 싶다면, 그들이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해리스의 정책 발표는 공화당원들과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가격 담합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경제 고문을 역임한 케빈 하셋은 이날 언론 통화에서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큰 실수"라고 말했다.
대선까지 9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주요 이슈에 대해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높은 식료품 가격을 잡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와 협력해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금지하는 연방 최초의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료품에 대해 기업이 소비자를 부당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해리스 캠프는 또한 대형 식품 생산업체 간의 인수합병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주거 안정을 위해 월가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주고 임대용 주택을 대거 사들이는 것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한 향후 4년 동안 300만 채의 주택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집을 건축하는 사업자에게 새로운 세제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세법 변경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해리스는 공약에서 보급형 주택의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2년 동안 임대료를 제때 내고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하는 가정에 최대 2만5000달러의 계약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은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제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애슈빌 연설에서 해리스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한편, 바이든의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유지된 높은 소비자 물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주에서 올해는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가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를 48대 47로 1% 포인트 앞서며 오차 범이 내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