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67) 일본 총리가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차기 총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 달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거의 3년 동안 자민당을 괴롭혀 온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수십 년간의 주요 주가지수 하락을 포함한 시장 혼란으로 타격을 입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은 10~20% 안팎의 부진한 지지율로 고전해 왔다. 2021년 10월 총리에 오른 기시다는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선출될 일본의 차기 총리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큰 금융 시장, 악화되는 안보 환경, 그리고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에서의 새로운 대통령 취임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몇 년 만에 가장 불확실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각) 새 총리가 이전 지도자와 크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구성원과 의원들은 9월 말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쿄대학교의 우치야마 유 교수는 "자민당의 지지율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에 당은 새롭게 거듭났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금 스캔들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젊은 후보들이 유리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43세의 고이즈미 신지로가 포함되어 있다.
자민당은 가미카와 요코 현 외무상과 같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를 내세울 수도 있다. 이밖에 고노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인기도보다는 당내 역학 관계에 의해 차기 자민당 총재가 선출될 전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퇴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얼굴이 역사적으로 낮은 내각의 지지율을 회복시키고, 내년에 예정된 차기 총선 전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 포사이트 LLC의 정치 리스크 자문회사 설립자인 토비아스 해리스는 "이번 선거는 심도 있는 정책 차이보다는 성격과 스타일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50년대 창당 이후 몇 년을 제외하고 계속 일본을 통치해 온 자민당은 차기 총선에서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새로운 지도자가 권한을 얻기 위해 임기 초에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정치 자금 스캔들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었지만, 자민당을 무너뜨릴 정도로 지지를 얻은 야당이 없는 것이 현재 일본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