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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마의 10나노’ 벽 깼다… ‘꿈의 신소재’로 2027년 메모리 패권 승부수

550도 고열 견디는 신소재 ‘InGaO’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한계 극복
2025년 1c → 2026년 1d → 2027년 ‘0a’ 노드 상용화 청사진 제시
SK하이닉스 HBM 독주 속, 삼성은 ‘차세대 공정 원천 기술’로 뒤집기 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선으로 불리던 10나노미터(nm)’ 장벽을 넘을 결정적 열쇠를 찾아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선으로 불리던 10나노미터(nm)’ 장벽을 넘을 결정적 열쇠를 찾아냈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선으로 불리던 ‘10나노미터(nm)’ 장벽을 넘을 결정적 열쇠를 찾아냈다. 기존 실리콘이 아닌 새로운 산화물 소재를 활용해 반도체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수성을 위한 삼성의 초격차전략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디지타임스는 20(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삼성종합기술원(SAIT)이 지난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EEE 국제 전자소자 회의(IEDM) 2025’에서 10나노 이하 D램 구현을 위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향후 0a(10나노급 4세대 후속) 0b 노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끈다고 전했다.

()에 녹아내리던 반도체… 특수 방패입혀 해결


반도체 업계는 칩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처럼 회로를 위아래로 쌓는 ‘CoP(Cell on Periphery)’ 구조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이다. 좁은 공간에 회로를 층층이 쌓다 보니 제조 과정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데, 기존 실리콘 소재는 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성능이 떨어지거나 망가지기 일쑤였다.

삼성전자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질 인듐-갈륨-산화물(InGaO)’이라는 신소재를 도입했다. 열에 약한 실리콘 대신 열에 강한 특수 세라믹(InGaO)으로 반도체 내부의 스위치(트랜지스터)를 만든 셈이다.

삼성전자가 IEDM에서 시연한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는 채널 길이 100nm의 미세 공정에서도 무려 550()의 고온을 견뎌냈다. 통상적인 반도체 내구성 평가 기준인 550도 열처리 후에도 전기적 성질(임계 전압) 변화폭이 0.1 전자볼트(eV) 미만에 그쳤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도 녹거나 변형되지 않고 제 기능을 완벽히 수행한다는 뜻이다.

“10년 써도 끄떡없다… 내구성 입증 후 2027년 상용화 조준


삼성은 신소재의 수명과 안정성도 입증했다. 반도체는 오래 쓰면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확인하는 음의 바이어스 온도 불안정성(NBTI)’ 테스트 결과 전압 변화는 고작 –8밀리볼트(mV)에 불과했다.

이는 마라톤 선수가 전력 질주를 하고도 심박수가 거의 변하지 않은 것과 같다. 삼성 연구진은 분자 단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신소재로 만든 반도체는 10년 이상 사용해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 공개는 삼성의 차세대 D램 로드맵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10나노급 6세대(1c) D램 양산을 시작으로, 20267세대(1d)를 거쳐 2027년경에는 꿈의 공정인 10나노 이하 ‘0a’ D램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고단 적층으로 갈수록 열 제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이 기술은 필수적인 무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현재미래의 대결


삼성전자가 공개한 이 기술은 향후 반도체 주가와 경쟁 구도에 뚜렷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현재 AI 반도체(HBM) 시장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했고, 패키징 기술(MR-MUF) 우위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AI 대장주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 공개를 통해 미래 전장을 예고했다. 당장 양산 가능한 기술은 아니지만,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D램의 집적도 문제를 근본적인 소재 혁신으로 뚫어냈기 때문이다. 2027년 이후 0a 공정이 가시화되면 삼성은 압도적인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발표가 삼성전자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본다. “삼성의 기술력은 건재하다는 신호를 줘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고, 향후 밸류에이션 재평가(Re-rating)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삼성이 이를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은 0a 0b 노드를 겨냥한 연구 단계의 성과이며, 실제 공장에서 불량품 없이 대량으로 찍어내는 수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는 만큼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문제와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미세공정의 한계를 신소재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성과라며 이 기술이 2020년대 후반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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