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을 앞세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이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 장벽으로 맞서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9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중국 기업들은 유럽 브랜드 인수와 현지 생산기지 확보 등을 통해 관세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재편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전기차의 공격적 해외 진출 배경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가속화는 자국 내 과잉 생산 능력 해소와 기술력 향상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BYD 등 주요 업체들은 2021년 이후 3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볼보, MG, 로터스 등 유럽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해 브랜드 인지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리 자동차의 리슈푸 회장은 2010년 볼보를 인수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지분 9.6%를 확보하는 등 유럽 시장에 대한 중국 진출 견제에 사전 대비를 해왔다.
◇ 미국과 EU의 대응과 한계
미국과 EU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대응해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EU는 올해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37.6%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며, 미국도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서 자국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중국 기업 진출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중국 기업들이 이미 유럽 내 생산기지를 확보했거나 추가 확보 중이기 때문이다. 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고, 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폐쇄된 닛산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생산 전략은 관세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 중국의 대응과 그 파장
중국은 미국과 EU의 관세 강화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EU 관세 부과가 WTO 규정을 위반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강력한 대응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무역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유럽 자동차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의 리프모터에 17억 달러를 투자해 20% 지분을 확보했으며, 폭스바겐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에 7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유럽 업체들이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활용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이런 공세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BYD는 이미 유럽 19개국에 230개 대리점을 설립했으며, 3년 내 5%의 시장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IC도 올해 유럽에 MG 브랜드로 30만 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2020년 이후 중국에서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GM도 2024년 1분기에 중국에서 1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업체들의 중국 시장 철수를 제안하고 있다.
한국 전기차 시장도 중국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3년에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가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세를 고려할 때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각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시장 모습 달라질 것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미국과 EU의 보호무역정책만으로는 중국의 공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혁신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기술 혁신을 위한 지원, 글로벌 협력 강화 등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목표를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공세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각국 대응과 기업들의 전략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모습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