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국가부채 속에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점차 요원해지면서 근면 성실하게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품기 어려운 꿈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미국 사회에서 최근 들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차기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야 한다’는 제목으로 지난 2일 낸 기고문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대표적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지난 5월 새로 낸 책에서 “근년에 나온 미국 경제와 관련한 지표들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여러 선진 경제국가 가운데 가장 뒤처지고 있다”면서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현실이 아닌 근거 없는 믿음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 소멸론’을 제기한 데 이어 실물경제의 대가가 이에 가세한 모양새다.
◇ “‘좋은 정책’ 부재한 가운데 저소득층만 피해 떠안아”
미국 최대 투자은행으로 무려 24만 명의 인력을 거느린 JP모건체이스를 지난 2006년부터 이끌어 온 다이먼은 이번 WP 기고문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져 가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성공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도시에 있는 학교든, 시골에 있는 학교든 관계없이 상당수 학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다이먼은 아메리칸 드림 소멸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는 주택가격 급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정책을 손질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으로 그는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소득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 부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세제도 개혁을 통해 유리 지갑 같은 서민층의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미국 사회의 양극화가 위험 수위에 달한 가운데 저소득층에서 범죄율이 날로 증가하는 동시에 의료 및 교육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미국 사회가 망가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좋은 정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그 피해를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이 오히려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차기 대선 지지 후보 언급하지 않아…“새 대통령의 책무는 국론 통합”
한편, 다이먼 CEO는 이번 기고문에서 조 바이든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다이먼을 첫 번째 재무부 장관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친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몸값이 공화당 진영에서는 올라가고 있으나 아직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어서 주목된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
다만, 다이먼 CEO는 기고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문제를 회피하고 방치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미국을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며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는 일이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