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올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줄리 코잭 IMF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고, 올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MF는 이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0년 봄 이후 첫 둔화세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 이같이 밝혔다.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월보다 0.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CPI가 전월보다 하락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6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3.0% 올랐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3년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6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6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잭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하는 것을 지지하고,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잭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연준이 올해 후반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입장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6일 정례 브리핑에서는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 하락을 고려할 때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가 적절했으나 미국은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ECB는 지난달에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앞서 캐나다·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코잭 대변인은 “1분기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면 전반적으로 미국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높았고,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난관이 있을 것임을 상기한다”고 주장했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연준이 최소한 연말까지는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심화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경제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동안 노동 공급과 생산성 향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기 전에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로 낮아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IMF는 미국이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유일하게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도는 성장을 하는 나라이고, 이런 견고한 성장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심화 위험을 시사한다고 평가해 왔다. IMF는 또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올해 약 2.5%에 그치고, 물가상승률 목표치 2%에는 내년 중반까지 도달할 것으로 봤다. 연준은 IMF보다 더 늦은 2026년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