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조지 밀러 감독이 45년에 걸쳐 총 5편을 연출한 '매드맥스' 시리즈 가운데 2015년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감독이 70세의 나이에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폭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역동적이다. 인류 문명이 사라지고 황폐해진 미래 지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문명 대신 손에 쥔 야만과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미 '명작'이라 평가받은 이 영화는 개봉에 앞서 '코믹콘'에서 공개된 첫 번째 트레일러에서 일찌감치 대중의 호기심을 끌어냈다. 트레일러는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인 맥스 로카탄스키(톰 하디)와 그의 차량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화면은 온통 황토빛 사막이고 트레일러가 후반부로 갈수록 건조한 영상 속에 강렬한 헤비메탈 음악이 더해지고 흉기처럼 개조된 차량과 화염, 불 등이 이어지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트레일러는 영화 초반 흥행의 열쇠가 되곤 한다.
최근 본 수많은 게임 트레일러 중에서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의 트레일러도 그런 작품이다. 7월 2일 출시를 앞둔 이 작품은 그간 여러 차례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루트슈터 장르답게 감각적이고 속도감 있는 영상인데다,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만큼 대형 우주선과 첨단 수트, 각종 무기류 등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우연인지, 혹은 의도했는지 수많은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떠올리는 연출도 다수 있어 보는 내내 친숙함이 묻어나는 것도 특징. 영상은 우주복을 입은 한 여성이 바닷가를 걸으면서 시작된다. 이어 거대한 수트를 입은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프랑스 원맨 밴드 'M83'의 'Outro'. 약간 몽환적이면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곡과 배경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다시 광활한 바다, 거대한 우주선과 본부의 모습이 나오고 그 안에 아이언맨과 같은 첨단 수트를 입은 이들이 등장한다. 사이보그가 우주선을 조종하고 하늘에서 대지를 향해 뛰어내리는 병사들의 모습도 펼쳐진다.
이어지는 총격전. 한 병사가 구체 하나를 던지자 '디아블로3'의 블랙홀 스킬처럼 주변 적들을 빨아들인다. 이 1분간의 영상만으로 우주의 행성을 배경으로 세력 간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 공중에서 폭탄이 투하되고 '오버워치'의 히어로들이 싸우듯 검과 건의 대결이 보인다. 이어 '진격의 거인'처럼 거대한 기계수가 등장하자 수트 입은 병사들이 그래플링 훅을 이용해 적에게 달려든다.
화려한 총격전, 근접 전투, 하늘에서 폭발하는 우주선, '어벤져스' 1편의 히어로 전투가 떠오르는 포즈와 '히어로 랜딩'까지. '퍼스트 디센던트'는 2분짜리 트레일러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여러 요소들을 숨가쁘지 않게 음악에 맞춰 이어나간다. 이따금 '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이 떠오르기도 하고 미드 '헤일로'의 '스파르탄'이 떠오르기도 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지만 덜 유쾌하고 진중한 느낌을 전해준다.
BGM인 'Outro'의 몽환적 분위기와 더불어 이 곡의 가사도 트레일러와 좋은 콤비를 이룬다. 가사는 'I'm the king of my own land. Facing tempests of dust, I'll fight until the end. Creatures of my dreams, raise up and dance with me. Now and forever. I'm your king(나는 내 땅 이 대지의 왕. 모래폭풍이 몰아쳐와도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내 꿈의 실체를 일깨워 나와 함께 춤 출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나는 너의 왕이니까)'.
장엄한 영상미의 끝은 트레일러 첫 장면에 등장했던 여성으로 추정되는 이가 석양이 펼쳐진 해변에 앉아 있다. 노래의 끝부분과 붉은 태양이 맞닿으며 트레일러는 끝난다.
제목인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는 직역하면 '첫 번째 후손'이라는 뜻이지만 세계관을 살펴보면 '계승자'로 해석된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이야기는 선대가 남긴 명(命)으로부터 이어진 인류와 외계 종족 ‘벌거스’ 사이의 생존을 건 사투를 다룬다. 인류는 과거 ‘선각자’들의 남긴 운명을 따르는 ‘계승자’가 되었고, 벌거스는 선대가 남긴 사명인 종족의 생존을 위해 침략자가 되었다. 이렇듯 세대를 따라 이어진 두 문명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싸움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이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 트레일러는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 중인 '매그넘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했다. 트레일러 제작 및 음악과 관련해 매그넘 스튜디오의 이범준 PD는 지난 6월 8일 진행된 IGN 라이브 2024에서 "해당 트레일러는 개발팀이 직접 개발에 사용하는 엔진과 리소스를 가지고 제작한 것"이라며 "음악 자체가 주는 웅장한 느낌이 트레일러와 잘 맞기도 하지만, 곡의 가사 "I'll fight until the end"의 의미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트레일러에 공을 쏟았음이 느껴진다.
실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는 국내 유저 뿐 아니라 해외 유저의 호평이 가득했다. 한 해외 유저는 "선곡, 편집, 사운드 디자인 등 이 트레일러의 연출을 담당한 사람은 누구든지간에 하루빨리 연봉을 올려줘야 합니다. 너무 아름답게 잘 만들어져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어요"라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해외 유저는 "이 게임 트레일러에서 제가 좋아하는 점이 뭔지 아세요? 항상 희망적인 음악과 프레이밍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거대한 폭발과 전투 뒤에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인 음악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든 거의 모든 트레일러는 희망적인 미래로 구성돼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이건 정말 제가 본 트레일러 중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러 중 하나였습니다", "트레일러는 아름답게 연출됐고 음악 선택은 S 티어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당신의 게임을 플레이하게 돼 너무 흥분됩니다. 처음 베타테스트 플레이를 하려 했을 때 제 컴퓨터가 권장사양에 미치지 못해서 플레이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업그레이드해서 이 게임에 몇 시간이고 투자할 준비가 됐습니다", "(트레일러가) 소름끼칩니다. 노래, 편집, 모든 것이...그냥 이 게임 살까봐요" 등등 해외에서의 호평이 이어져 게임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2분간의 트레일러 속에 게임의 그래픽과 세계관, 다양한 매력 요소들을 적절히 담은 '퍼스트 디센던트'는 멀티플랫폼을 지원해 PC(스팀), 플레이스테이션4/5, 엑스박스 원, 엑스박스 시리즈 X/S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