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시장 과열 현상이 진정되고, 주택시장이 침체함에 따라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제 활동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여기에 소매판매 증가세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지표를 근거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9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리고, 오는 12월에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금융시장이 예상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 매체에 “경제지표를 보면 올해 2분기에 경제 활동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활동 둔화와 노동 지표를 보면 연준이 몇 개월 후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할 것”이라며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미국 경제가 완화하는 신호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날 매키낙 아일랜드에서 열린 2024년 미시간 은행연합회 컨벤션 Q&A에서 "경제가 부분적으로 일부 완화의 증거를 보인다"면서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계속되면 금리가 더 오랫동안 올라가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내려가면 금리를 더 빨리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실제 경제 펀더멘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6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8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5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직전 주간인 6월 2∼8일에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데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월 2∼8일 주간 182만8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5건 늘었다. 이는 미국의 노동시장 과열 상태가 해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 활동의 둔화 조짐은 주택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5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계절 조정 연율 기준 전월 대비 5.5% 감소한 127만7000채로 집계됐다. 4월 수치는 135만2000채로 하향 조정됐다. 5월 착공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3% 감소했다. 미래 주택경기를 가늠하는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도 직전 달과 비교해 3.8% 감소한 연율 138만6000채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미 흔들리고 있던 미국 주택시장에서 더 큰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고금리 장기화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금리 상승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설비가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이번 주에 6.87%로 7% 밑으로 내려갔다. 그렇지만 이는 2021년 6월 당시의 3%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약간 늘어났으나 전문가 예상보다는 정체된 수준을 보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증가한 7031억 달러로 집계됐다.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전체 소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달한다. 소매판매가 줄어들면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