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달로 앞으로 은행 업무의 54%가량이 자동화될 것이고, 추가로 12%가량이 더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씨티그룹이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씨티는 이날 발표한 AI 관련 보고서에서 금융 분야 중 은행이 AI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분야로 꼽았다. 은행 업무 자동화로 최대 66%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씨티가 분석했다.
AI로 인한 업종별 자동화 비율 전망은 보험이 48%로 은행 다음으로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에너지(43%), 자본 시장(40%), 여행(38%), 소프트웨어·플랫폼(36%) 등의 순이었다. 소매(34%), 커뮤니케이션·미디어(33%), 공공 서비스(30%), 자동차(30%) 업종도 AI에 의해 사무 자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AI 발달로 인해 반드시 은행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융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규제 준수 사항 등을 확인할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씨티가 지적했다.
데이비드 그리피스 씨티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생성형 AI가 금융산업을 혁신할 잠재력이 있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씨티는 안전하고, 책임 있는 방법으로 은행과 직원의 능력을 제고하는 데 AI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은행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AI를 이용해 직원들의 주간 근무일을 3.5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는 AI를 활용해 자산관리사들이 주당 근무 시간을 10~15시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과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도이체 방크 등은 AI에 기반한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BofA는 금융 자문 애플리케이션인 '에리카'를 도입했다. JP모건은 오픈AI 모델을 활용한 투자상품 추천 서비스인 '인덱스 GPT'를 출시했다. 도이체 방크는 AI로 부유층 고객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계약서를 작성할 때 AI를 활용해 금융 규제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ING그룹은 잠재적 부실을 조사하는 데 AI를 이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생성형 AI로 인해 대규모 노동 혼란과 불평등 증가가 초래될 수 있어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전날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공공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노동 혼란과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IMF는 이에 따라 각국이 실업보험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과거와 달리 AI로 인해 고숙련 직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를 장착한 지능적인 로봇이 등장하면 블루칼라 일자리의 자동화로 이어져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IMF가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