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한국을 비롯한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런 조처가 실행되면 미국의 가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 시각)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매기면 제품 가격이 올라 미국 가계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10% 보편 관세 적용이 매상세(sales tax)를 물리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해 미국 중산층 가계에 연간 평균 1700달러(약 235만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연간 가계 부담이 1500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CAP는 연간 식료품 비용은 90달러, 처방약값은 90달러, 자동차 관련 비용은 220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보편 관세 도입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 주장을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애나 켈리 공화당 전국위(RNC) 대변인은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가격을 동시에 낮추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 고율의 관세 부과 카드로 우방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했었다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바꾸면서 관세 카드를 사용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올리라고 요구하면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유럽 국가들이 다시 한번 타깃이 될 것이라고 이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가 유럽 국가들에 중국에 대한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강력히 대응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트럼프의 참모들이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연방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면담한 자리에서 소득세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로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관세 인상으로 소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을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미 연방정부 수입에서 관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2023년 기준으로 개인소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5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연간 수입 규모는 4조 달러 미만이며 소득세 징수액은 2조5000억 달러 정도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대해 "100% 이상의 관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A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 것이며 미국 기업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참모진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정부에서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 이상’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위한 법제화(legal justification)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대외 무역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법적 권한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