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호러'. 즐겁고 익살스럽다는 듯의 '코믹'과 불쾌감, 공포스러움을 주제로 한 '호러'를 모두 느끼게 하는 콘텐츠를 일컫는다. 척 보기에 대치되는 두 단어를 섞은 만큼, 잘 만든 콘텐츠를 찾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크래프톤의 자회사 플라이웨이 게임즈가 올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한 '왈츠 앤 잼'은 최근 찾기 어려웠던 '코믹 호러' 장르 게임으로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차기작이다.
스팀 플랫폼에 공개된 데모 버전은 게임의 초반부분을 체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프닝은 다소 충격적이게도 관이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되나, 참혹한 시체가 아닌 귀여운 모습의 유령 '왈츠'와 그에게 달라붙어 애정을 표하는 개 유령 '잼'의 모습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의 주요 콘텐츠는 '슈퍼 마리오', '소닉', '반조 카주이' 등을 떠올리게 하는 카툰 그래픽 3D 플랫폼 어드벤처다. 점프가 주요 요소로 등장하고 적을 밟아 해치우는 점에서 특히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나, 사후세계 특유의 어두컴컴한 그래픽과 무기의 요소로 차별화된다.
플랫폼 어드벤처로서 차별점이라면 단연 반려견 '잼'의 존재다. 주인공을 향한 충성심과 다양한 오브젝트에 대한 리얼한 반응은 물론, 높은 곳에 오를 때 밧줄 역할을 하는 등 인게임적 상호작용도 충실히 구현돼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동반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서사성도 비교적 충실히 구현됐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왈츠는 흑설탕단의 '로우'라는, 양복을 입은 기묘한 까마귀를 만나게 된다. 그를 비롯한 등장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어두운 사후세계'라는 다소 낯선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왈츠 앤 잼 데모버전은 게임성, 연출, 서사성 등 여러 면에서 충분히 흥미로웠다. 특히 이 게임을 하며 앞서 언급한 3D 플랫폼 게임들 외에도 두 개의 게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첫 번째는 루카스아츠의 1998년작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 '그림 판당고'다. 사후세계에서 망자들의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 해골 '매니'의 이야기를 다룬 이 게임은 사후세계와 직장인의 애환, 권력과 담합 등 무거운 요소를 코믹한 그래픽, 위트 있는 연출로 꾸민 '코믹 호러' 수작으로, 밀레니엄 이전 최고의 명작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개발자 토비 폭스가 1인 제작해 2015년 출시된 턴제 전투 RPG '언더테일'이다. 언뜻 인간과 괴물의 활극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살인과 죄악이 갖는 무게감을 다룬 심도 있는 스토리를 담아 최근까지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작 인디 게임으로 꼽힌다.
스팀에 등록된 왈츠 앤 잼 공식 페이지에 따르면, 왈츠와 잼은 '업타운 혹은 언더타운으로 가는 티켓을 얻기 위해 7대죄를 모티브로 한 시련'을 겪게 된다. 사후세계와 다음 세계로 가기 위한 티켓이란 요소는 '그림 판당고' 스토리의 핵심 요소였다. 죄악을 모티브로 한 시련이나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암시되는 내용 등은 언더테일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해외 명작 고전 게임, 인디 게임을 떠올리게하는 신작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기쁘다. ''세계를 공략할 수 있는 다수의 게임을 선보이는 IP 홀더'라는 크래프톤의 비전, 플랫폼과 장르 제한 없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자 하는 플라이웨이 게임즈의 목표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산나비', '스텔라 블레이드' 등 국산 패키지 게임들이 연이어 국내외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왈츠 앤 잼은 이러한 국산 패키지 게임, 콘솔 게임 흥행 역사를 이어갈 자격이 있다.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정식 서비스에서 완전히 피워내길 기대해본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