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올해 대한민국의 1위 수출국에 오를 것이 유력해 보인다.
감소세로 돌아선 대중 수출과 달리, 대미 수출은 최근 2020년대 들어서며 뚜렷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기업은 지난해 이미 대미 수출 규모가 대중 수출을 넘어 20년 만에 역전됐다. 여기에 중소기업 대미 수출도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역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미 수출 규모는 533억 달러로 대중 수출(526억9000만 달러)보다 6억1000만 달러가량 많다. 월별로 보면 2∼4월 석 달은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보다 많았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예고됐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157억1000만 달러로 대중 수출 1248억1000만 달러에 비해 91억 달러까지 근접했다. 2022년만 해도 약 46억 달러의 차이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전할 가능성이 컸고, 실제로 월간 실적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보다 더 많다. 1~5월 양국 수출액 격차는 2004년(69억1000만 달러) 이후 19년 만에 가장 작은 것이긴 하지만, 대미 수출이 앞서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연간 기준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하면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역전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보다 조금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 회복의 강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자동차·이차전지 등의 수출 확대로 5.4% 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의 경우 2020년 741억1000만 달러에서 2021년 959억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1097억7000만 달러)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더 늘었다.
반면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2022년 1557억9000만 달러, 지난해 1248억1000만 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중국 제조업 부진 등에 따른 중간재 수출 감소와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축소와 반한 정서에 따른 소비재 품목 수출 축소에 따른 것이다.
대기업은 이미 지난해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20년 만에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대미 수출은 795억2000만 달러로 대중 수출 762억9000만 달러보다 32억3000만 달러 많았다. 대기업의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웃돈 것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또한 대기업의 대미 수출은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2020년 482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800억 달러로 3년 만에 64.9% 급증했다. 고수익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자동차와 일반기계류 등의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에 반해 대중 수출은 2021년 1080억1000만 달러에서 2022년 997억1000만 달러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를 밑돌았다. 중국에 투자했던 대기업 제조사업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매장을 철수하는 등 중국 이탈 현상이 수출액 감소로 구체화됐다.
올해에는 중소기업 대미 수출 규모도 대중 수출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미 수출은 171억1000만 달러로 대중 수출(192억4000만 달러) 대비 21억3000만 달러 적었다. 그러나 격차는 2003년(48억5000만 달러) 이후 20년 만에 가장 작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대미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5% 증가한 47억2000만 달러로 3.3% 감소한 대중 수출(42억5000만 달러)보다 많아 1위를 차지했다. 2분기 이후에도 현 흐름이 이어지면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역전된다.
중소기업 대미 수출은 화장품(60.5%)과 기타 기계류(288.2%) 등의 수출이 급증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합성수지(-1.8%), 기타 기계류(-38.7%) 등의 수출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對(대)미국 수출 구조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도 대미 수출은 당분간 견조한 미국 소비 여건과 우리 기업 대미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며 우리나라 총수출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