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태평양 해저에 매설된 인터넷 케이블이 중국 수리선의 스파이 활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구글, 메타 등 주요 통신 기업에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국영 중국 기업 SBSS(에스비 서브마린 시스템즈)가 운용하는 선박들이 무선 및 위성 추적 서비스에서 위치를 숨기는 등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SBSS는 해저 케이블 수리를 위해 선박을 제공하는 지역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미국 기업 소유의 케이블을 포함해 다수의 해저 케이블 유지보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SBSS 선박들이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연안에서 운항 중 위치 신호를 주기적으로 끄는 등 비정상적인 활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활동은 미군 통신과 같이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케이블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저 케이블 수리 과정에서 데이터 도청, 해저 지형 정보 수집, 첨단 기술 탈취 등이 가능하다고 우려한다. 또한, 중국군을 위한 케이블 설치 가능성도 제기하며 국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SBSS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며 "중국 기업은 법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을 한다"고 반박했다. SBSS 측도 위치 신호 송출 중단은 위성 커버리지 부족 때문일 수 있으며, 케이블 소유주들이 수리 과정을 감독하기 때문에 장비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해저 케이블 보안은 "권위주의 정부에 종속된 업체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해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아시아 해저 케이블 수리 책임을 중국 선박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노후화된 케이블 수리선이 많아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