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사회가 미국 법원이 무효화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파격적인 보수 패키지를 다시 추진하는데 팔을 걷어붙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는 내달 13일(이하 현지시각) 연례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머스크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주 투표를 통해 승인 받는 방식으로 법원의 제동을 비켜가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주 투표를 통해 승인을 받더라도 테슬라 이사회의 이같은 행보를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여전히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이사회, 개인 투자자 대상 주주 투표에 올인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테슬라 주주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이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법원이 취소한 보상 패키지를 부활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주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머스크와 전·현직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관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테슬라 이사회는 이를 위해 머스크의 성과급 재추진을 위한 주주 투표를 전담하는 팀을 구축해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고 외부 로펌까지 고용, 투표를 통해 개인 투자자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방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주 투표 전담팀은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 패키지 지급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투표 대상자들에게 배포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구축한 온라인 투표 코너는 물론, 전화나 우편 등으로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이사회의 노림수
머스크 CEO는 지난 2018년부터 월급은 한 푼도 받지 않는 대신 주식연계보상(스톡옵션) 형태로 무려 560억 달러(약 75조6000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인 미국 델라웨어주의 형평법원에서 “테슬라 최대 주주이자 CEO인 머스크가 테슬라 이사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파격적인 성과급을 머스크에게 승인해준 것은 이해충돌을 피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 보상 패키지를 지난 1월 전면 무효화한 바 있다.
당시 델라웨어주 법원은 “미국 역사상 주식 공개시장에서 확인된 것 가운데 최대 규모의 CEO 보상 패키지임에도 테슬라 이사회가 절차와 가격의 엄격한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면서 “아울러 테슬라 이사회 구성원이 머스크와 오랜 사업적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독립성이 훼손될 수준에 이르렀고 주주 총회에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대한 천문학적인 보상 패키지를 다시 부활시키는 방법으로 주주 투표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절차적 공정성에 대해 법원이 문제를 삼은 만큼 주주 투표를 통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테슬라 이사회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테슬라 이사회의 이같은 행보는 델라웨어주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주주 투표를 밀어붙이더라도 얼마나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특히 테슬라 주주 가운데 개인투자자로서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억만장자 레오 코관이 머스크에 대한 파격적인 보수 패키지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한 때 머스크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코관은 지난 2022년에도 머스크가 개인회사로 인수한 소셜미디어 트위터 때문에 큰 논란을 일으켜 테슬라 주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주자 머스크의 퇴진론을 주장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