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현지시각) 미국의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올해 대체로 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 대담에서 미국이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하고,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노동시장과 인공지능(AI)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미국 경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이에 대해 “우리가 보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하락하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의 재정 적자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채무 부담을 덜기 위해 지출을 줄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증가하는 젊은 국가는 지출에 관대할 수 있으나 고령화 국가는 지출의 규모와 대상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이 많아 인구 구조가 미국을 돕고 있고, 대규모 이민이 계속되면 재정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16일 미국 경제가 올해 2.7% 성장하는 등 선진국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에서 미국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눈덩이처럼 커져 가는 정부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IMF는 미국 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인플레이션 악화 사태를 촉발할 수 있고, 세계적인 자본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 부채가 지난 2월에 사상 최대인 34조 달러(약 4경4530조 원)를 처음으로 돌파함에 따라 이자 상환금이 올해 국방비를 초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미 정부가 물어야 하는 이자 총액이 8700억 달러에 달해 국방 예산 8220억 달러를 넘게 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는 2023년 말에 97%에 달했다. CBO는 이 비율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두드러진 달러 강세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매우 극적인 충격을 겪었고, 이 모든 위기로 각국이 강력한 펀더멘털과 재정·통화 정책을 구축하도록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신흥국이 현명하게 외환보유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기에 전보다는 훨씬 더 큰 회복력을 갖게 됐고, 이들 국가가 현재의 극적인 변화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로 전 세계 경제가 최대 7%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중국 경기 침체가 미국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른 결과이고, 이로써 글로벌 GDP가 0.2%에서 7%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0.2%와 7%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의 폐해를 질타했다. 그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산업정책이 경제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