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5.25~5.5%로 동결하고, 금리 인하 시점 연기 방침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이 아닐 것이라며 '매파 피벗(hawkish pivot)' 가능성을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고금리 상태를 인플레이션이 뚜렷한 내림세를 보일 때까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인해 연준이 관망 상태를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올해 잘해야 딱 한 번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연내에 금리 인하가 있거나 현재 금리가 최고점에 이른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곧 연내에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시장은 여전히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조처가 9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 회의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날 오후에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42.6%,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10.6%,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0.7%로 나타났다. 이는 곧 9월 17, 18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금리 선물 투자자가 53.9%에 달한다는 뜻이다. 9월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46.2%로 나타났다.
특히 FOMC 정례회의가 시작된 4월 30일에 비하면 회의 종료 후에 9월 첫 인하 가능성이 올라갔다. 전날에는 9월 회의에서 동결 가능성이 54.1%로 첫 인하 가능성보다 높았다. 전날에는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38.1%,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7.4% 등이었다.
9월 FOMC에서도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면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이전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11월 FOMC는 대선 다음 날인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42.6%,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42.9%,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13% 등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지표는 우리에게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고, 인플레이션 지표가 기대치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현재의 기준금리가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그는 “현 통화정책이 긴축적이고 수요를 누르고 있어 통화정책 수준이 긴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긴축정책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다가 지난해 9월 이후 이번까지 6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몇 달간 위원회의 물가 목표인 2%로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