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소셜 미디어 '틱톡'의 미국 운영을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도 안전지대가 아니게 된 만큼 게임, 특히 중국의 텐센트를 모회사로 둔 라이엇 게임즈 등이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매체 게임 인더스트리(Games Industry)는 최근 "미국의 틱톡 금지, 포트나이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다음 차례인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LOL과 '발로란트' 등을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는 법인 자체는 미국 소속이나 지분 100%를 중국의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경우 1대 주주는 팀 스위니(Tim Sweeney) 대표이나, 텐센트가 2대 주주로서 약 40%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텐센트는 '틱톡 금지법'이 최초로 언급된 2020년, 미국 정부의 타깃으로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20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텐센트와 관계를 맺은 게임사들의 개인 정보 보안 프로토콜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CFIUS는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으로 바뀐 2021년 1월 후에도 텐센트가 게임사 '스모'를 인수하는 과정을 감시하는 등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미국 정부는 2021년 이후에도 틱톡을 꾸준히 견제했다. 2022년 12월, 정부 기관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공포됐다. 이듬해 3월에는 틱톡 경영진이 국회 청문회에 나가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갖기도 했다.
이러한 규제 기조는 '틱톡 금지법'의 공포로 이어졌다. 이 법안은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부를 미국 현지 법인에 향후 270일 안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틱톡을 미국 내 앱 스토어에서 서비스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20일 가결된 후 상원을 23일 통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4일 즉각 서명해 공포로 이어지는 등 이례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처리됐다.
틱톡 측은 이러한 법안에 즉각 반발했다. 입법 시도 당시부터 틱톡 유저들에게 '금지 반대 캠페인' 공지를 알리며 저지에 나섰다. 법안 공포 후에도 "미국 내 데이터와 우리 플랫폼의 보안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왔다"며 반박 성명문을 내놓았다.
추쇼우즈(周受資) 바이트댄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틱톡 사업부 대표는 틱톡을 통해 "미국 내 약 700만 개의 파트너사, 1억7000만명의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조치"라며 "미국 정부의 이번 법안은 위헌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사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과 연관된 게임사들이 '틱톡 금지법'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업계인들은 대체로 '틱톡과 LOL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틱톡이 정부의 타깃이 된 이유로는 미·중 갈등 외에도 선거전에 활용되는 소셜 미디어라는 점 또한 거론된다. 일례로 최초에 '틱톡 금지'를 밀어붙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틱톡을 미국에서 없앤다면 거짓 홍보의 장인 페이스북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며 돌연 틱톡 금지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력 국회의원 중 '친 게임' 의원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 3선의원이자 대표적인 소장파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은 평소 '어몽어스'나 LOL 등으로 지지자들과 소통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녀는 이번 틱톡 금지법 입법 과정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에 정통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틱톡 금지법도 결국 '미국 법인에 사업권을 넘기라'는 내용인 만큼 이미 미국 법인인 라이엇 게임즈 등에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규제와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면 다음 타깃으로는 알리바바, 테무 등과 더불어 텐센트가 유력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