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글로벌 경쟁사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3년 뒤인 2027년으로 못 박았다. 다른 경쟁 업체보다 최소 1년에서 3년 더 빠르다.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쟁쟁한 배터리 업체를 따돌리고 '2030년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제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파나소닉(2029년), LG에너지솔루션(2030년)보다 각각 2·3년 더 빨리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에 돌입,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CATL은 2027~2030년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고서에서 "상용화까지는 아직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밝혀 정확한 양산 시점은 불투명하다. 배터리 업체 중 삼성SDI의 2027년이 가장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업계 최고인 900와트시리터(Wh/L)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가 기술 혁신을 통해 최대로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인 800Wh/L를 웃도는 수치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는 1000km에 육박한다.
삼성SDI의 이같은 자신감은 불쑥 뛰어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1994년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을 시작하며 쌓아온 오랜 노하우가 뒷받침됐다. 전고체 전지 관련 연구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2020년 3월에는 전고체 전지 관련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하며 굵직 굵직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 국내 배터리 업체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것도 삼성SDI였다. 지난해 말에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만을 위한 팀인 ASB 사업화 추진팀도 신설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SDI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30년 약 400억달러(약 5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높은 성장이 예고되지만 양산을 이뤄낸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이른 시간 양산을 성공한 삼성SDI가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무음극 구조, 은·탄소 나노복합층 등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전고체 전지 기술까지 선도하면서 시장 내 지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분야 세계적 석학인 셜리 멍(Shirley Meng)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지난 2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EV 테크 서밋'에서 "전고체 전지는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유망한 미래 기술 중 하나"라며 "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셀 제조업체들은 안전한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