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소매 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달러 지수가 15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11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매 판매 강세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달러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154엔대로 하락하며 199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원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로이터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 0.3%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2월 소매 판매 지표도 종전의 0.6%에서 0.9%로 상향 조정되는 등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고질적인 물가 상승세와 탄탄한 고용 지표에 더해 소매 판매도 호조를 보이자,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2회 미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
낫웨스트 마켓의 신흥시장 책임자인 알바로 비반코는 블룸버그에 “미국 지표는 높은 성장을 가리키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연준에 도전적”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 주말 이스라엘에 약 300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 공격에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점도 달러 매수세를 부추겼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에 무력 보복에 나섰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부각되며 일본 엔화의 약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행동에 나설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지금처럼 달러화가 광범위한 강세를 보이는 시점보다는 엔화의 약세가 심화하는 국면에서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제프리스의 외환 글로벌 책임자인 브래드 벡텔은 "여전히 엔화가 시장 흐름을 1% 이상 밑도는 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당국이 155엔과 같은 주요 수준에서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호가에 따르면 뉴욕장 후반 달러화는 일본 엔화 대비 0.62% 상승한 154.22엔에 거래됐다. 달러 지수는 0.14% 상승한 106.19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0643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 유로는 2022년 9월 말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MSCI 신흥국 통화 지수는 거의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국 통화들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전일 한국 시장에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1384원까지 추락한 원화 가치도 간밤 뉴욕 시장에서 달러 대비 1388원대로 낙폭을 키웠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