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공법으로 나섰다. 기술력을 통한 초격차로 중국의 공세를 막아선다는 게 정 회장의 복안이다. 중국과 무리한 가격경쟁을 피하고 기술력을 통해 소비자 신뢰 향상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기차 원톱의 길'을 갈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내세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차는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6가 유일하다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건은 △5만 달러(약 6700만원) 이하 가격 △주행거리 350마일(약 560㎞) 이상 △충전시간 20분 이내 등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모델이 현대차의 아이오닉6였다. 향후 연식 변경으로 상품성이 강화된 아이오닉5도 해당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성을 보유한 모델은 현재 현대차그룹의 라인업이 유일했다.
오랜 기간 전기차 시대를 준비시킨 정 회장의 복안이 주효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차 초창기부터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기술력 확보를 주도하며 노력해 왔다. 특히 직접 사안을 챙기며 전기차 전환을 주도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카누와의 협력부터 크로아티아의 전기 하이퍼카 리막 오토모빌리와의 협업을 현장에서 챙겼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에도 직접 나서 관계를 견고히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아가 고성능 전기 하이퍼카 기술을 대중화시켜 아이오닉5N과 EV6GT를 비롯해 일반 모델에도 고급 기술을 적용해 관심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 폭스바겐그룹도 리막과 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고성능 기술을 대중화시키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고가의 모델 포르쉐 차량에만 리막의 기술이 이식됐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수년 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며 자동차 업체가 IT기업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연기관의 기계공학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기차를 위한 조치였다. 이 같은 정 회장의 주문에 현대차그룹은 전사적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2021년에는 내연기관의 연구인력을 전기차 개발을 위한 인력으로 전환 배치하고 전기차 전환에 만전을 기했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기본기를 갖춘 제품군을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저변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 엑사이드(Exide)의 자회사 엑사이드 에너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개발, 생산해 현대차·기아 인도 생산거점에 공급한다.
엑사이드 에너지의 배터리셀은 향후 출시될 인도시장 전용 EV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 모델은 현지 생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최초의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