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엔화가 달러당 16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일(현지시각) BoA의 G10(주요 10개국) 통화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타노스 벰바키디스는 엔화 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어떠한 개입도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이전까지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벰바키디스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는 바람에 기대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시장 예상대로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엔화가 달러당 142엔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주 34년 만에 최저치인 151.975엔까지 하락하는 등 일본 당국의 개입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2엔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대다수 통화전략 전문가들처럼 벰바키디스도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 당국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개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개입은 시장에 약간의 경계심과 양방향 위험을 조성하는 정도의 위협이며, 모든 것이 연준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7% 하락해 G10 통화 중 가장 취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화에 대한 전망에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가 중요한 까닭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로 인해 일본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현재 올해 미국 연준의 65bp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초 150bp 이상의 금리 인하 전망 대비 인하 폭이 대거 축소된 것이다.
개입 시 목표는 5엔 하향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달러 대비 5엔 정도의 엔화 반등을 목표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 증권의 일본 통화 전략 책임자인 고툐 유지로는 "당국이 2022년에 그랬던 것처럼 수조 엔을 사용해 개입한다면 엔화 가치를 달러당 4~5엔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2월 말 기준 1조1500억 달러인 가운데 이 중 약 1750억 달러가 당국이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달러 펀드라고 추정했다.
일본 재무성은 2022년 9월과 10월 세 차례에 걸쳐 9조 엔(590억 달러) 이상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첫 번째 개입에서 엔화는 5엔 이상 상승하며 장중 고점 기준으로 달러당 140.36엔을 기록했다.
다이와증권의 타다이데 겐타 수석 통화전략가는 "통화 수급에 따라 계산할 때 약 1조엔 규모의 개입으로 엔화가 달러당 1엔보다 약간 덜 절상될 수 있다"며 "당국은 최소 5엔의 (엔화) 절상을 보고 싶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입이 엔화의 근본적인 장기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2년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후 엔화 가치는 10월 21일 저점인 달러당 151.95에서 3개월 만에 거의 20% 반등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모넥스의 채권 및 통화 트레이더인 쓰토무 소마는 "개입은 일부 포지션 조정을 통해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엔화는 일주일 정도면 원래 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