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석유업계에서 제기됐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워스 셰브런 CEO,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CEO 등 미국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은 최근 백악관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시장 혼란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 기업 경영진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일련의 회의와 이후 진행된 대화에서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우즈 CEO는 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스 CEO와 랜스 CEO도 에너지 공급 차질 규모가 상당하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 유가 급등…“배럴당 120달러면 경제 파괴”
미국 원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87달러(약 12만7900원)에서 이틀 뒤 99달러(약 14만5500원)까지 상승했다.
백악관은 유가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확대, 전략비축유 대규모 방출, 미국 항만 간 원유 운송을 제한하는 법률 적용 유예 등이 포함된다.
또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원유 공급 확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서반구 연료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 원유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검 장관은 정부가 에너지 기업들과 “24시간 내내 협력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부 대변인 벤 디터리히도 에너지 공급 차질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정책 수단만으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텍사스 기반 석유기업 엘리베이션 리소스의 스티븐 프루엣 CEO는 “세계 경제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6400원) 유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그 수준은 경제적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유가가 당분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해협을 개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검토 중이며 정부는 수개월이 아니라 수주 안에 상황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선박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증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원유 기준가격은 현재 배럴당 약 99달러(약 14만550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시장 불안 지속
미국 정부는 지난주 러시아 원유 제재 완화와 약 4억배럴 규모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을 완전히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워스 CEO는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에너지 시장은 지금 매우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일부는 높은 유가가 단기적으로 기업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과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해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를 축소했다.
◇ 베네수엘라 증산 카드…업계는 신중
다만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석유업계는 반복적인 호황과 침체의 사이클을 줄이려 노력해 왔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생산업체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감소와 수요 위축을 초래해 결국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검 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높은 유가에 대응해 생산 확대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경영진들은 미국 내 생산 증가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묶인 하루 약 900만~1000만배럴 규모 공급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2주 동안 버검 장관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와 함께 베네수엘라 유전에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를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이후 백악관에서 석유기업 경영진을 만나 베네수엘라 생산 확대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당시 기업 경영진들은 대규모 투자 요구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산을 국유화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으며 아직도 수십억달러 규모 손실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