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렸던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변곡점을 맞고 있다.
스위스가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도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던 일본, 튀르키예 등은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각국 통화정책이 자국의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차별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도 커졌다.
24일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10대 주요 통화국 중 미국 일본, 중국, 영국, 스위스, 호주 등 주요 6개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 슈퍼위크'가 마무리 됐다.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스위스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올해와 내년도 인플레이션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1.5%로 0.25%포인트(p) 인하를 단행했다.
스위스가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데는 고물가와 전쟁이 끝나가고 있어서다. 또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금리인하가 예정된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도 자국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연말 금리 수준을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로 제시하면서 올해 안에 3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시사했기 때문이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의 깜짝 결정으로 다른 주요국들도 금리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SNB의 금리 인하로 유럽 중앙은행(ECB)의 인하 시기도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임재욱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축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며 "라가르드 ECB 총재도 6월이면 금리인하를 단행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금리 인하로 가는 길에 있다"며 상반기 중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은은 당장 '6개월 안에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언급했다.
한편 전세계적 긴축 기조 속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던 국가들은 반대로 긴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단기 금리 유도 목표를 0.0~0.1%로 인상했다.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도 21일 기준금리를 50%로 5%p 인상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 2020년 이후 고물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역주행 정책’을 펼쳐왔지만 물가가 뛰고 자국 화폐가치가 급락하자 정상적인 금리인상 정책으로 급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