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급부상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샘 올트먼 CEO와 그가 이끄는 오픈AI를 상대로 낸 때아닌 고소가 업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머스크는 오픈AI가 회사의 창립에 대한 계약을 위반했다며 올트먼 CEO와 오픈AI를 고소했다. 자신을 포함한 창립 멤버들이 오픈AI를 설립하고 지원할 당시만 해도 비영리 회사로 운영하기로 했던 방침과 달리, 지금의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비영리 및 오픈소스 원칙을 벗어난 영리 추구 및 폐쇄적 기업으로 돌변했고 이는 창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다.
업계에선 머스크의 이번 소송에 대해 대체로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머스크가 분명 오픈AI의 창설 멤버 중 하나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2024년 3월 현재 머스크는 오픈AI의 회사 경영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픈AI가 과거 그의 행적이 포함된 반박 내용을 공개하면서 머스크가 법적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AI 연구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본 조달을 위해 오픈AI는 올트먼 CEO 주도로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머스크는 이에 반발해 회사를 장악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2018년 2월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지분도 정리하며 오픈AI를 완전히 떠났다.
이후 오픈AI는 MS로부터 지난 2019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시작으로 지난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잇달아 투자받으면서 MS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MS는 오픈AI의 첨단 생성형 AI 기술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해 단숨에 글로벌 AI 선도기업으로 급부상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고, 오픈AI도 더욱 업그레이드된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GPT-4와 이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며 MS와 함께 AI 선도 주자로 순항 중이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이번 소송전에 대해 ‘머스크 특유의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의 최신 버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핑곗거리를 만들어 물고 늘어짐으로써 급성장한 첨단 기술 산업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참여한 사업 분야에서는 뭐든지 ‘업계 최고’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첨단 기술 분야 혁신의 아이콘’으로 포장해 대대적으로 과시하려는 머스크의 입장에선 2023~2024년 새로운 혁신 기술로 급부상한 생성형 AI 분야를 주도하는 인물과 기업으로 샘 올트먼 CEO와 오픈AI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업계 대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현 X)를 인수한 이후, 지난 수년간 SNS 업계의 최대 맞수인 페이스북(현 메타)과 마크 저커버그 CEO를 상대로 끊임없이 시비를 걸거나 트집을 잡으면서 일방적인 대립 구도를 펼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그 대상이 AI 업계와 오픈AI, 올트먼 CEO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때 자신이 오픈AI 설립에 직접 관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무도 자신의 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에 이제 와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픈AI 입장에선 법적으로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에 질 가능성이 낮고, 그에 따라 회사의 경제적인 피해나 향후 사업의 전개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머스크는 이미 자신만의 AI 기반 영리 추구 회사 ‘xAI’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독자적인 AI 기반 챗봇 ‘그록(Grok)’을 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2’를 공개하며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AI 시장서 그와 그의 AI 기업은 여전히 오픈AI에 비해 후발주자로 취급받고 있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했던 것처럼 오픈AI와 올트먼 CEO를 상대로 한 머서크의 트집잡기와 도발은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