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상을 넓혀 감시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첨단 제품에 한정했던 반도체 제조 장비의 판매 제한을 일부 중상위 기종까지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화학물질도 포함했다. 일본 관련 업체들의 해외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제조 장비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첨단 무기의 성능을 좌우하고 국력과 직결되는 전략물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 혁신에 제동을 걸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네덜란드도 따라할 것을 요구했고, 양국은 각각 2023년에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현재 규제에서 벗어난 중-고급 제조장비를 중심으로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는 제조 장비에 강한 일본과 네덜란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규제 기준은 회로선폭 10~14나노(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제조 장비에 대해 전면적인 수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를 '범용품'이라 불리는 일반 반도체용 일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반도체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구워내는 노광 장치와 기억소자를 입체적으로 쌓아 올리는 에칭 장치 등을 염두에 둔 요청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로는 니콘과 도쿄전자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에츠화학공업이 생산하는 포토레지스트 등에도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회로 전사에 필수적인 재료로, 반도체 생산을 재료부터 끊는 것이 목적이다.
네덜란드에는 2023년 규제 이전에 중국에 판매한 제조 장비의 수리 및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네덜란드 기업 ASML 홀딩스 등이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독일과 한국에도 제조 장비에 필요한 부품 공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혁신을 늦추겠다는 당초 전략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가 지난 8월 23일 7나노미터 회로선폭의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7나노 기술은 미국 정부의 규제 대상이었지만 중국은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규제 기준보다 낮은 범용 제품용 제조 설비를 개선하거나 규제 도입 전에 구입한 부품-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중국 기업의 자회사나 사업소에 대한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동맹국들도 협력하여 2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높일 수 없다는 조바심이 있다.
미중 경제 마찰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 대상을 좁혀 엄격하게 관리하는 '스몰야드 하이펜스' 정책을 내세워왔다. 미중이 완전히 분리되면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동맹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단속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은 모양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