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되고 있는 현실과 스스로 갖는 기대 사이에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우방국들의 속내가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집권했을 때 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EU 우방국들을 겁박하기도 했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현재도 EU 우방국들이 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의 무력도발을 방관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美 우방국들이 트럼프 재선 가능성 관련해 언급 자제하는 이유
6일(현지 시간) 미국 유력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우방국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차기 미국 대선에 관해 언급하는 일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내심 환영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관계없이 트럼프가 실제로 재선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의 미국과 상대하는 것은 엄연히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지금부터 섣불리 입장을 밝혀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나서 관계가 불편해지는 상황은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비근한 예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지도자를 인정해야 한다”고 최근 밝혀 차기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피력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미국의 대다수 우방국들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우방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USA투데이는 보도했다.
미국 우방국인 한 EU 회원국의 고위 관리는 USA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우방국들과의 관계에서도 사업하듯 접근해 왔기 때문에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그가 실제로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리는 “미국 대선 결과 때문에 전 세계 운명이 뒤바뀐다고 보지는 않지만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외 정책에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가 철저히 미국 중심주의에 입각해 자국 이익을 챙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점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미국 우방국이라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볼턴 “트럼프는 예측 불가한 인물, 트럼프에 대한 희망 회로 돌리는 실수 말아야”
이 문제와 관련해 USA투데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보좌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발언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실제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미국의 EU 우방국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 볼턴의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표적인 강경 매파로 통했던 볼턴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벌인 북·미 회담에 직접 참여한 끝에 회담을 결렬시킨 장본인으로, 지금은 트럼프의 무모함을 지적하며 트럼프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논객으로 다시 부상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볼턴은 최근 이 문제에 관련해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면 미국과 우방국들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처음 들어간 뒤 예측 불가능한 좌충우돌식 대외 정책으로 우방국들에 큰 혼선을 빚은 바 있는데 두 번째로 들어가면 그 혼란의 수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방국들의 기대 역시 그동안 실제로 겪은 일을 애써 무시하고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