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의 정보·국방 기관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가 지난 2021년에 미 정부와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비밀 협약을 체결했다고 관련 문건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계약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미국 정부 당국의 자금이 스페이스X의 주요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WSJ가 전했다. 특히 우주산업 선도 기업인 스페이스X와 미국의 정보·국방 당국 간 상호 의존성이 점차 증대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위성을 발사하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미국 우주기업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전 세계 위성의 약 절반을 쏘아 올렸고, 미 국방부와 나사의 우주 프로젝트도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의존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8월 미 국방부 산하 우주군에 군사용 위성 서비스 '스타실드(Starshield)'를 제공하면서 7000만 달러(약 9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 회사는 스타실드 프로젝트를 위해 미 정부에 보안 통신, 데이터 수집, 관측 센서와 장비 운반 등 임무를 수행한다. 스타실드는 국방부 파트너 10여 곳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들 파트너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곳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린 쇼트웰 스페이스X 회장은 지난해 5월 “대중에 공표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입을 다물지만, 스페이스X와 정보기관 간에 매우 좋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밝힐 수 있다"고 말했었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창립 이후 줄곧 미 정보 당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러시아군이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 개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빚어졌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5일 WSJ와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스타링크 인터넷을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꽤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스타링크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스타링크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난해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했었다. 또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네트워크 지원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히자, 미 국방부가 직접 서비스 유지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군과 병원, 기업, 구호단체 등이 4만2000개의 스타링크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