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영문명 에버그란데)에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부진에 빠져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중국 부동산 산업이 패닉에 빠지게 될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금융 당국이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마저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헝다를 청산해달라는 채권자들 청원을 승인했다. 린다 챈 판사는 "청문회가 1년 반 동안 지속됐지만 회사는 아직 2조3900억위안(약 443조원) 규모의 부채를 조정하기 위한 구체적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이제 법원도 충분하다는 말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샤오 헝다그룹 집행 총재는 입장문을 내고 "그룹 운영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많은 어려움과 문제들에 맞서 모든 합법적 조처를 하고 국내외 채권자의 권익을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상적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청산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한편, 청산인과 협력해서 관련 절차를 이행하고 국제적 관례와 시장 규칙에 따라 채무 해결 등의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우선 당장 주식 시장에서의 여파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이후인 29일 오후 3시께 홍콩 항셍지수는 0.60~1.00%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청산 결정이 전해지자 헝다 주식이 홍콩증시에서 20% 이상 폭락하고 거래가 중단된 점을 감안한다면 충격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헝다의 청산을 예견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를리나 정 크레딧사이츠 싱가포르 애널리스트는 "채권자들이 구조조정 조건에 동의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산 명령은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헝다의 청산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나티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헝다의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어 채권자가 자산을 압류할 방법, 그리고 해외 채권 보유자의 상환 순위에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청산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2021년 중국-홍콩 간 체결한 국경 간 파산 사건 관련 협정에 따라 중국 내 3개 지정 법원 중 한 곳을 통해 이번 청산 결정이 인정받아야 하는데, 만약 그러지 못하면 전체 자산에 대한 집행 권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는 29일 ”청산인이 회사에 충분한 자산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화이트나이트(우호적 투자자)를 동원해 역외채무단에게 새 채무 재조정 플랜을 제시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후속 여파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들이 연이어 디폴트와 파산을 맞이한 끝에 내려진 첫 청산 결정인 만큼 심리적 악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의 부동산 시장 실적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100대 부동산 판매회사의 분양 수익은 전년 대비 16.5% 감소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지방정부 부채가 늘어나면서 소속 공무원들에게 급여 체불이 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제 헝다그룹의 청산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면 지속적으로 심리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져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마저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마저도 나온다.
앤드류 콜리어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전무는 “헝다에 대한 청산 결정은 중국이 부동산 거품을 걷기 위해 극단적 방법까지 쓸 수 있단 신호이기도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에 좋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