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7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등 세계적인 격투기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확고한 충성 고객층을 넷플릭스 플랫폼에 붙잡아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WWE의 지주사 TKO 그룹 홀딩스와 넷플릭스는 미국 시각 23일, 양사가 공식적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WWE의 TV 쇼 'WWE 로(RAW)'를 오는 2025년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독점 배급할 예정이다.
RAW는 '스맥다운', 'NXT'와 더불어 WWE가 운영하는 3대 주간 프로그램이다. 1993년 방영이 시작돼 세 브랜드 중 가장 긴 역사(스맥다운 1999년, NXT 2010년)를 갖고 있으며 매년 약 1750만명의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쇼를 관람해왔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따르면 TKO 그룹 홀딩스가 정부에 제출한 서류에는 넷플릭스에서 RAW를 10년 동안 독점 배급할 권한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독점 배급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 해지하거나, 10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계약금은 총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넷플릭스가 특정 스포츠 콘텐츠에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투자한 것은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금액으로 알려졌다. 기존 WWE가 NBC유니버설과 체결한 RAW의 중계권은 5년에 13억달러(약 1조7400억원) 수준으로, 넷플릭스가 두 배에 가까운 '웃돈'을 들인 셈이다.
넷플릭스가 WWE에 이와 같은 거금을 투자한 이면에는 격투기 마니아층을 자사 플랫폼에 확실히 락인(잠금)하려는 의도에 더해 격투기, 나아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분야 자체의 확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TKO 그룹 홀딩스는 WWE 외에도 세계적인 종합 격투기 쇼 UFC(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를 산하 브랜드로 거느리고 있어 세계 격투기 쇼 분야에 있어서 리딩 기업으로 손꼽힌다. TKO 그룹의 모회사인 엔데버 그룹은 격투기 분야 외에도 미국의 지역 황소 레이싱 대회 'PBR(프로 불 라이더스)', 유럽 국제 농구 대회 '유로리그',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IMG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독점 계약을 체결한 브랜드 WWE는 미국 최고 규모의 프로 레슬링 쇼로, 스포츠 요소 외에도 선수 개개인의 엔터테이너적 역량도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더 락' 드웨인 존슨, 데이브 바티스타, 존 시나 등 WWE 선수 외에 배우로서도 인기를 얻은 사례가 적지 않다. WWE에서 '케인'이란 링네임으로 활동하던 글렌 제이콥스가 공화당원으로서 테네시 주 녹스 카운티 시장에 오르는 등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인물도 있다.
TKO 그룹 홀딩스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체결을 발표한 당일 앞서 언급한 드웨인 존슨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했다. '분노의 질주'와 '쥬만지', '지아이(G.I.)조' 등 영화에 출연해 흥행작을 다수 배출했던 인물인 만큼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과 무관하진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CNN은 "WWE는 과거 NBC와의 계약을 통해 OTT '피콕'에 콘텐츠를 공급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넷플릭스 또한 라이브 방송형 콘텐츠를 원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계약은 넷플릭스의 대대적인 노력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