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문제의 원인이 '매크로'를 동원하는 전문업자들에게 있다는 것도 옛말이다. 현장에서 암표 매매를 잡아내면 전문업자가 아닌 주부, 학생, 심지어 공무원까지 나온다. 암표에 대한 문제 의식조차 없는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문제다."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의 이종현 협회장이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대중음악 공연산업의 위기, 문제와 해결방법은 없는가?'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국회 소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위원장인 이상헌 의원실이 음공협과 함께 개최한 이번 세미나에선 △음악 공연 전문 시설 부족 △암표 팔이 성행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 음공협 회원사들과 더불어 백세희 DKL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암표 팔이는 현행법상 경범죄처벌법, 공연법 등에 저촉된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에선 '흥행장, 경기장, 역 등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을 되파는', 즉 오프라인 매매에 관해서만 처벌한다. 공연법 또한 '지정된 명령을 자동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행위', 즉 매크로 판매 수법을 금지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다.
백세희 변호사는 "암표를 매매하던 이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기사나 소식은 대부분 암표 팔이 과정에서 사기 행위까지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며 "온라인 상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암표 매매를 법적으로 막을 법적인 근거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현 협회장은 "암표 매매꾼들의 동향을 수차례 추적해온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매크로 암표꾼은 전체의 20%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며 "마치 코인(암호화폐)에 투자하듯 '암표가 돈이 되니까', '걸리면 재수 없게 걸린 것 뿐'이라며 누구나 다 암표에 뛰어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암표와 같은 부정 재판매 행위는 일반적으로 당근 마켓, 번개 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는 통념이 있다. 이 협회장은 "중고 장터의 암표조차 일부일 뿐, 상당수는 X(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공연 해시태그 등으로 대상을 물색해 개인 메시지로 암표 판매, 구매 의향을 묻는 형태로 암암리에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이 협회장은 상황 개선을 위해 추가 입법 등을 통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암표를 불법 행위로 낙인 찍어야만 지금의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본다"며 "티켓팅 판매자나 중고 장터 등 플랫폼들의 의식 개선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