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전쟁'에 애플 또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AI 비서 '시리'는 물론 회사의 모든 디바이스에 관련 내용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별도의 전담 부서를 꾸렸으며, 매년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Mark Gurman) 수석 특파원은 현지 시각 22일 '파워 온(Power On)'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파워 온'은 거먼 특파원이 애플을 중심으로 IT 소비자 제품을 다루는 기획 연재 기사 시리즈다.
거먼 특파원에 따르면 현재 애플의 생성형 AI 전담 팀은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 머신 러닝·AI 전략 이사, 크레이그 페데리기(Craig Federigh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이사, 에디 큐(Eddy Cue) 애플 서비스 이사 등 3명이 협업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머신러닝 팀은 이른바 '에이잭스(Ajax)'라 불리는 거대 언어 모델(LLM)과 이를 이용한 서비스 '애플 GPT'를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팀은 이를 이용한 AI 기능을 차기 iOS에 추가하고, 서비스 팀은 텍스트 제작이나 음원·영상 큐레이션 등 생성형 AI를 적용한 앱, 서비스들을 다각도로 고안하고 있다.
이들 3인방은 AI 연구·개발(R&D)에 연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이들은 AI를 자체 기기에서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형태로 선보일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선보일지, 혹은 두 방식을 모두 채택할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가 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이래 생성형 AI는 IT업계의 핫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핵심 파트너 마이크로소프트(MS), '바드(Bard)'를 보유한 구글과 '라마(LLAMA)'를 앞세운 메타 플랫폼스(메타)가 대표적인 기업들로 떠올랐다.
팀 쿡 애플 대표는 올 8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질문받자 "당사 또한 지난 수 년 동안 광범위하게 AI 기술을 연구해왔다"며 "당사의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할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기술이 바로 AI"라고 답변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응이 대외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는 '생성형 AI' 시장 대응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8월 컨퍼런스 콜이 진행된 전후로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LLM 전문가 채용 공고를 게재했다.
앞서 언급한 블룸버그 파워 온 기사에서도 익명의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애플은 내부적으로는 작년 말 시작된 생성형 AI 유행에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일각에선 '큰 실수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생성형 AI가 대중에 공개되는 창구는 '시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먼 특파원에 따르면 '보다 스마트한 시리'는 이르면 내년에 출시될 수 있으나 애플 내부적으로 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명확한 출시 시점은 불분명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