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이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7종 중 4종목에 출전,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목 선정 때부터 노골적으로 '개최국 특혜'를 누리려던 중국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달 23일 개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e스포츠 국가대표는 스트리트 파이터5 종목의 김관우 선수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단이 금메달,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 선수단이 은메달, EA FC 종목의 곽준혁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해 총 4개 메달을 수확했다.
개최국 중국은 이번 대회 e스포츠 부문에서 7개 중 4개 종목(배그 모바일, 도타2, 왕자영요, 몽삼국2)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한국과의 맞대결에선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배그 모바일 종목 결승전에서만 금메달을 땄을 뿐 EA FC 종목 한·중전은 두 번 모두 한국 선수의 승리, LOL 4강전에서도 2:0으로 승리해 맞대결 전적은 총 3승 1패로 집계됐다.
특히 LOL 한국 대표의 2:0 승리는 e스포츠 팬들에게 '인과응보', '사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LOL 자체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라는 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의 패배를 복수했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최국의 노골적인 '편파 진행'에 팬들이 분노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LOL 대회 패치 버전은 올 6월 활용되던 13.12버전으로, 개막 당시 라이브 버전인 13.18버전과 크게 다른 버전이었다. 대만 매체 CNA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는 이를 개최 3주 전인 9월 초에서야 알렸고, 중국 외 대표단에 13.12버전 연습용 파일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이러한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에게 2:0으로 패배를 떠안은 중국은 3·4위전에서도 다크호스 베트남과 접전 끝에 2:1 진땀승을 거뒀다. 자칫하면 'LOL 종주국'을 자하는 중국이 안방에서 메달조차 따지 못하는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의 '개최국 특혜' 논란은 종목 선정 시점부터 있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인기를 끄는 게임으로 꼽히는 '왕자영요', '몽삼국'이 종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두 게임은 한국에서 현재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게임으로, 이 때문에 두 게임에선 아예 국가대표가 선발조차 될 수 없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의 2021년 말 보도에 따르면 '배그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 5'가 있던 자리에는 당초 '화평정영'과 '스트리트 파이터 듀얼'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텐센트가 배그 원작사 크래프톤, 스트리트 파이터 원작사 캡콤과 기술 제공 협약, IP 라이선스 협약 등을 맺고 개발한 현지용 게임이다.
한국의 e스포츠 메달 수확은 아시안 게임 전체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일 기준 한국의 메달 성적은 금메달 32, 은메달 42, 동메달 65, 종합 139개로 금메달 순위 3위, 종합 순위는 2위다. 경쟁 상대인 일본(금 33·은 47·동 50·종합 130)은 e스포츠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아시아 내에서 '게임 최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e스포츠 부문에서 메달을 얻지 못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e스포츠 종목이 대부분 PC·모바일 분야에 집중된 것이 콘솔 게임 강국인 일본의 부진으로 분석된다. 아시안게임의 유일한 콘솔·아케이드 게임 종목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일본의 메달 유력 종목으로 꼽혔으나 해당 종목에서도 일본이 아닌 대만의 샹유린 선수와 린리웨이 선수가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기 대회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의 개최국은 일본으로, e스포츠는 다음 아시안 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활용된다. 때문에 개최국에 불리한 PC·모바일 분야 종목들은 축소되고, 콘솔 게임 등 일본에 익숙한 게임들이 다수 채택될 전망이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오는 8일 오후 9시에 폐막할 예정이다. e스포츠 종목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으며 남자 축구, 여자 배구, 야구, 양궁, 배드민턴 등의 경기가 남아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