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HYBE)가 '세계적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이라는 목표를 음악만으로 이룰 수 있을지 오랜 기간 고민했다. 음악을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고객들에게 다채롭고 즐거운 시간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 세계적인 케이팝(K-Pop) 아이돌들이 소속된 하이브의 창립주 방시혁 의장이 지난해 11월, 지스타 현장에서 한 말이다. 당시 지스타에선 하이브의 게임 계열사 하이브IM이 배급을 맡은 차기작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이 전시됐다.
하이브IM은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게임 전시행사 게임스컴 2023에도 참여, '별이 되어라 2'의 시연대를 마련했다. 부스 제작 과정에서 하이브IM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웨이코스 '레이저(RAZER)' 등 국내외 파트너사와 협업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게임 사업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시점은 2019년 8월, 모바일 게임사 '수퍼브'를 인수한 때로 알려졌다. 이후 하이브는 2021년 2월 '리듬 하이브', 이듬해 6월 '인더섬 위드 BTS' 등 자사 엔터테이너 IP 기반 게임들을 출시하며 멀티미디어 사업 전개에 나섰다.
게임 사업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곁가지'에서 또 다른 '주축'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1년 7월이다. 당시 방시혁 창립주가 대표이사직을 박지원 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HQ 대표에게 넘겨주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박지원 신임 대표는 과거 넥슨 코리아 대표 등을 지냈던 '게임 전문가'다.
연이어 넥슨에서 박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정우용 디렉터를 주축으로 2022년 4월 '하이브IM(Interactive Media, 상호작용적 미디어)'이 설립됐다. 하이브IM은 '인더섬' 등 본사 엔터테이너 IP 게임 운영과 별개로 게임 오리지널 IP 확보를 병행하는 투 트랙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9월, 신생 게임사 마코빌에 50억원을 투자하고 RPG IP 2종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언급한 '별이 되어라 2' 개발사 플린트 역시 9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본사 하이브와 함께 신생 게임사 아쿠아트리에도 총 300억원을 투자하고 데뷔작으로 준비 중인 '프로젝트A(가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아쿠아트리는 한일 양국 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던 MMORPG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등을 개발했던 박범진 디렉터가 설립한 업체다.
게임 배급권과 지분 투자를 병행하는 이른바 '세컨드 파티' 전략은 최근 몇 해 사이 급격히 성장,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게임 배급사로 떠오른 카카오게임즈와 유사한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에버소울' 등은 모두 지분 투자와 배급 계약을 병행해 얻어낸 IP들이다. 특히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는 추가 투자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이브IM이 투자를 통해 얻어낸 IP들 모두 국내 시장에서 흥행이 검증된 MMORPG와 수집형 RPG 장르에 해당한다. 일례로 '별이 되어라 2'의 원작 '별이 되어라'는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가 배급을 맡아 2014년 출시된 수집형 RPG로 구글 최고 매출 2위, 출시 6년이 흐른 2019년까지도 매출 10위권에 오르는 등 장기 흥행 성과를 거뒀다.
하이브IM이 지난달 공개한 마코빌의 차기작 '프로젝트OZ(가칭)' 콘셉트 이미지는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앞서 언급한 에버소울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서브컬처 수집형 RPG'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띄었다. 아쿠아트리의 '프로젝트A'는 '제2의 나라' 등 개발진 기존작의 노하우를 활용한 MMORPG로 알려졌다.
정우용 하이브IM 대표는 "올해 게임스컴에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게이머들에게 혁신적인 경험과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었다"며 "보다 공고한 협력을 통해 파트너사들과 동반 성장, 글로벌 시장의 인정을 받는 게임사로 발돋움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