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문호를 막아뒀던 중국 정부가 모처럼 콘텐츠의 빗장을 풀었으나, 한국 게임업계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대거 수입에 나서는 듯 했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문을 걸어잠그는 모양새고, 허가의 기준, 시점도 제각각이라 업계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미디어검열기구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외산 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 출판심사번호, 이른바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28일 44종, 올 3월 30일 27종, 8월 29일 33종으로 총 106개 게임의 출시가 허가됐다.
국산게임들의 희비는 명확히 갈렸다. 앞서 두 번의 판호 발급 시점에 각각 6개씩 총 12개 게임이 판호를 취득했다. 그러나 지난달 판호 목록에는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오리진' 단 하나만이 판호 목록에 올랐다.
업계인들의 반응은 크게 8월 판호 발급 결과에 실망스럽다거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예상된 일이라는 반응 등으로 나뉘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행보에서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판호를 기다리는 게임이 한둘이 아닌데 벌써 문호를 닫는 기조인 것 같아 불안해 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판호의 기준이라도 알면 좋겠지만, 현지 게임업계인들에게 물어봐도 '우리도 기준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올 초 판호가 무더기로 나올 때,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김칫국 마시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다녔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 정부가 콘텐츠 규제를 두고 강경책, 온건책 등 상반된 메시지를 섞어가며 기업들을 길들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것이 외자 판호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기준은 미지수이나,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판호를 받고 출시된 신작들의 성과를 중국 정부가 경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올 8월 17일 중국에 정식 출시된 넥슨 '메이플스토리M'은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톱5에 등극, 24일 기준 매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게임은 당초 사전 예약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달 말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진행된 현장 시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외자 판호를 받은 게임은 아니나 넷마블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게임 '신석기시대' 등은 올해 중국 애플 매출 톱10에 올랐으며 향후 넷마블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나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등도 좋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8월 판호 발급 이후 추가로 판호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국가신문출판서는 당초 2020년에는 3월, 8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96개 외자 판호를 발급했으나 이듬해에는 2월, 6월 두 차례만 총 77개 외자 판호를 내놓았다. 이후 2022년 12월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외자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중국음향·영상디지털출판협회 산하 게임출판업무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게임업계 전체의 매출은 1443억위안(약 26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 줄어들었다. 현지 매체 남화조보(SCMP)에 따르면 위원회는 "올 하반기 중국 게임 산업이 바닥을 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