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폰클(Poncle)' 루카 갈란테가 2021년 선보인 1인 개발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2020년대 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디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트 그래픽 탑뷰 슈팅, 자동 공격 중심의 전투, 20분 전후의 짧은 플레이 타임, 로그라이크 요소 도입에 따른 높은 리플레이성 등 이 게임의 특징을 따르는 게임들이 '뱀서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묶을 정도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손쉬운 조작 대비 높은 게임성이라는 강점과 에셋 도용 논란이라는 약점 등 1인 개발 게임이 자주 노출하는 장단점을 모두 지닌 작품이다. '뱀서라이크' 게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중국계 게임사 하비의 '탕탕특공대' 또한 모바일 게임으로서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표절 논란, 과금 유도 논란 등에 휘말려 '명작'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의 게임사 오민랩(5minlab)은 지난 21일, 스팀에 '킬 더 크로우즈(Kill the Crows)'라는 게임을 통해 이러한 '뱀서라이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게임의 테마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서부극'을 테마로 하되, 일반적인 무법자들이 아닌 까마귀를 섬기는 광신도 집단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카우보이의 여성형을 뜻하는 카우걸 '이사벨'이 여주인공으로, 까마귀를 섬기는 광신도들에게 복수하는 여정에 나선다는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킬 더 크로우즈의 게임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리볼버를 들고 나타나는 적을 모두 처단하면 되며, 적과 아군 가릴 것 없이 100번째 적을 죽일 때마다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면 모두 단 한번의 피격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슈팅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타격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리볼버의 사격음과 적의 피격음, 2D 도트 그래픽 피격 씬 모두 만족스럽다. 특히 리볼버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패닝'을 모티브로 한 필살기 '쇼다운' 연출도 적절하게 구현됐다.
기본적인 적은 도끼를 휘두르는 근접 광신도와 느리게 권총을 쏘는 원거리 광신도, 주인공에게 조준 사격을 가하는 지정사수와 총알을 막는 방패에 철퇴로 무장한 덩치 등으로 구성된다. 보스와 함께 등장하는 묘비 귀신, 100킬 이후 등장하는 자폭 광신도 '봄버' 등 제각기 다른 기믹의 적이 있어 전략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뱀서라이크의 '기초 문법'이라 할 수 있는 수집 요소에 따른 리플레이성 또한 충실히 구현됐다. 처음에는 한 자루의 리볼버와 한 종류의 쇼다운, 두개의 비어있는 패시브 스킬 칸만 들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각각 네 종류의 리볼버와 쇼다운, 여덟 종류의 패시브 스킬를 수집할 수 있어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를 두고 고민하게 만든다.
게임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다. 단순히 총을 쏘며 광신도를 제압하는 재미도 충분했고, 자연히 리플레이성도 충분했다. 총기 해금을 위한 도전과제를 깨기 위한 고민이 게임에 깊이를 더했다.
다만 튜토리얼에서 총을 쏘는 법과 '쇼다운'만을 알려준 점은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키보드의 WASD를 화살표 이동키로 쓰는 것, R로 총을 일일히 수동 장전해야하는 것 등은 슈팅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이라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게임 자체를 처음 하는 이들을 위해 이런 기본적인 부분까지도 설명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았다.
게이머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스팀 플랫폼에 총 235명의 게이머들이 평가를 남겼으며 이 중 96%가 게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게임 유튜버들이 연달아 게임을 플레이하며 "괜찮은 게임"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팀에 등록된 킬 더 크로우즈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이 게임의 개발팀의 이름은 '리볼버'라고 한다. 서부극과 리볼버 권총에 대한 '덕심'을 가진 이들이 게임을 만들었기에 좋은 게임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비슷한 장르 모바일 게임 '탕탕특공대'보다도 더욱 탕탕특공대란 이름이 어울리는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민랩의 사명에는 '5분만에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게임'을 개발하자는 모토가 담겨있는 것으로 안다. '킬 더 크로우즈'는 도트 그래픽 게임 매니아, 리볼버의 손맛일 원하는 게이머라면 5분, 아니 5초 안에 '쏘는 재미'를 안겨줄 만한 게임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