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추세다.
현재 미국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강경한 대중 통상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양국 간 기존 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슈퍼 301조(무역법 301조)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합의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20년 1월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지칭한다. 중국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2000억달러(약 268조원)어치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약속한 것이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이행률이 7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근거로 1단계 무역 합의 이후에도 연간 2500억달러(약 335조원)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기존의 25% 관세를 계속 부과해 왔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 오면서 양국 간 통상마찰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간 최대 현안에 속하는 이 문제가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차기 대통령선거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美 유권자 66% “강력한 대중 관세정책 펴는 대선후보 지지”
로이터통신이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미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내년 대선과 관련한 여론을 살피는 조사를 지난 14~15일(현지시간) 벌인 결과 유권자들 사이에 슈퍼 301조를 밀어붙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 443명, 공화당 지지자 346명, 중도성향 유권자 1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6%가, 즉 5명 가운데 3명꼴로 중국에 대한 강경한 관세 정책을 유지하는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59%, 공화당 지지자의 75%, 중도파의 63%가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강경한 대중 통상정책을 주문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뜻이다.
또 응답자의 75%는 중국과 통상마찰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피해를 입더라도 중국 이외의 나라와 통상관계를 확대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혀 미국 유권자들의 반중국 정서가 매우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섬유업계 전문매체 소싱저널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소매‧패션업계가 소매업소송센터(RLC) 등을 통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판결에 불복하는 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제기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표’ 대중 고강도 관세 정책을 거둬들일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흐름이어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앞서 CIT는 바이든 행정부가 승계한 슈퍼 관세 정책에 위법한 내용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美국민 75% “중국에 대한 인식 부정적”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이처럼 반중국 정서가 팽배한 배경으로는 중국의 군사도발 위협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국 유권자의 3분의 2가 중국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미국 정부가 갖출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도발할 경우 미국 정부가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유권자의 38%만 대만이 중국에 침공당할 경우 미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민의 75%는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65%는 심지어 중국이 미국 선거에도 개입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는 미국민은 20%에 그친 반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미국인은 4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