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분쟁으로 인해 이른바 '중국 앱 전면 퇴출'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대표 빅테크 텐센트가 해외 법인을 통해 인도 시장 재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텐센트의 글로벌 게임 배급 법인 '레벨 인피니트'는 지난 15일, 국내를 포함 세계 각지에 모바일 생존 게임 '언던'을 출시했다.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를 확인해 본 결과, 인도 시장에도 이 게임이 동시 출시됐으며 애플에선 16일 기준 게임 무료 다운로드 순위 51위에 올랐다.
중국과 인도는 접경지인 카슈미르 일대를 두고 지속적인 갈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20년 5월 벌어진 유혈사태로 1975년 이후 45년 만에 양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에 인도 정부는 '보안 위협'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중국 앱의 서비스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의 '왕자영요'나 넷이즈의 '음양사', 릴리스게임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게임들을 포함 총 300개 이상의 앱이 줄줄이 차단됐다. 게임 외에도 텐센트의 소셜미디어 '위챗', 셀프카메라 앱 '피투' 등도 차단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텐센트가 배급을 맡았다는 이유로 2020년 서비스 중단 처분을 받았다. 이에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자체 배급 형태로 재 론칭했는데, 이 게임마저도 지난해 7월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올 5월 서비스를 재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언던' 출시를 두고 "텐센트가 인도 정부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리트머스 지'를 담근 것"이라고 평했다. 언던의 배급을 맡은 레벨 인피니트는 2021년 설립된 법인으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한국에선 국산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배급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텐센트에서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북미 자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나 핀란드 자회사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과 같은 게임은 인도에서 서비스 금지 처분을 받지 않았다.
인도 게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미래 시장'으로 꼽힌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인도 게임 시장의 규모가 2022년 기준 1350억루피(약 2조원)였으며 3년 뒤인 2025년에는 2310억루피(약 3조5900억원)으로 71%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