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연례 개발자 회의(WWDC)가 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6일 오전 2시)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리는 가운데 혼합현실(MR) 헤드셋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이 애플워치 이후 8년 만에 새 디바이스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도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WWDC에서 애플은 iOS17과 아이패드OS17, 워치OS10, 맥OS14 등 디바이스용 운영체제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AI 비서인 시리(Siri)의 업데이트 사항도 공개된다. 블룸버그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호출 문구가 '헤이 시리(Hey Siri)'에서 '시리(Siri)'로 간단해지고 타사와 호환성도 확장될 전망이다.
이번 WWDC의 여러 공개 사항 중 이용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것은 MR 헤드셋이다. 애플이 2014년 공개한 애플워치 1세대 이후 처음 공개하는 새로운 디바이스다. 애플은 2018년 애플 홈팟 1세대를 공개한 적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2006년 공개한 아이팟 하이파이(Hi-Fi)의 후속 모델로 보고 있다.
이번 WWDC에서 공개가 유력한 MR 헤드셋은 '리얼리티 프로'라는 이름이 붙여질 것으로 예상되며 약 7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MR 헤드셋과 함께 전용 OS인 xrOS도 공개할 전망이다.
그동안 해외 IT매체에서 공개한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애플 MR 헤드셋은 스키 고글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디바이스 두께가 그동안 출시된 가상현실(VR) 헤드셋보다 얇은 편이다. 특히 최근 메타가 출시한 MR 헤드셋 퀘스트3과 비교해도 더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올해 MR 헤드셋 시장은 디자인과 가격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MR 헤드셋이 공개된 렌더링 이미지와 비슷하게 출시된다면 부담 없는 디자인으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특히 충성도 높은 애플 이용자들의 신임을 얻으며 판매량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애플 MR 헤드셋이 3000달러(약 393만원)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반면 퀘스트3은 499달러(약 65만원)부터 시작한다. MR 콘텐츠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 MR 헤드셋의 높은 가격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디자인과 가격의 문제는 삼성전자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과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삼성전자 역시 XR 헤드셋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은 각각 디바이스와 운영 체제, 전용 칩셋을 개발하는 만큼 넓은 확장성으로 애플에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어 VR' 헤드셋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얇고 가벼운 헤드셋을 만드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마이크로 OLED 생산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 이매진을 2900억원에 인수한 것도 디바이스 경량화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XR 헤드셋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사미르 사마트 구글 제품 관리 부사장은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인 '구글 I/O'에서 XR 헤드셋의 올해 공개를 암시한 바 있다. 다만 이후에 삼성전자가 시기를 정확히 못박지 않으면서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메타가 시장을 선점한 만큼 삼성전자도 시간을 길게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MR 헤드셋의 경우 WWDC 특성상 6월 초에 공개했다면 6월 말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에 XR 헤드셋을 공개한다면 최소 7개월 이상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다만 애플이 이번에 공개하는 헤드셋은 전문가용 모델로 보급형 모델은 2025년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 분석가는 "애플이 2세대 MR 헤드셋을 내놓게 되면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내놓게 될 것"이라며 "출하량도 1세대 헤드셋의 10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의 헤드셋 대결은 2025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