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CEO)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체 실험 허가를 받았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뉴럴링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뉴럴링크 팀이 FDA와 긴밀하게 협의한 결과이고, 이는 우리의 기술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날이 오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지난 2019년 이후 최소한 네 차례에 걸쳐 인체 실험 계획을 밝혔다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인간 뇌에 칩을 심어 지체 마비 또는 시력 상실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뇌에 컴퓨터 칩을 삽입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뉴럴링크는 잠재적인 임상시험 파트너로 미국 최대 신경외과 센터인 ‘바로우 신경학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2016년부터 뇌 삽입물을 개발해 왔고, 현재 개발 중인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장치는 뇌를 관통하거나 표면에 얹어 컴퓨터와 직접 통신하는 전극 칩세트다.
미국 FDA는 지난해 초 뉴럴링크가 신청한 인간에게 칩 이식 실험에 대해 승인을 거부했다. FDA는 뉴럴링크가 미국에서 인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수십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FDA는 뇌 칩의 전선이 검사 대상자 뇌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칩이 과열돼 조직을 손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뇌를 손상하지 않고 심어진 칩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FDA가 밝혔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2월 뉴럴링크가 불법으로 위험한 병원균을 이송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가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를 끄집어내 이식하는 과정에서 전염성 있는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시술을 한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이후 뉴럴링크 동물 실험으로 죽은 동물은 양과 돼지, 원숭이 280마리 이상을 포함해 총 1500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한 연구에서는 돼지 60마리 중 25마리가 잘못된 크기의 장치가 머리에 이식돼 한꺼번에 죽었다. PCRM은 뉴럴링크가 동물복지법을 어기고 극도의 고통을 주는 원숭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요구했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초 뇌 실험에 사용된 원숭이가 사망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뉴럴링크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실험 과정에서 원숭이가 사망했으나 동물 학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럴링크는 2021년 10월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가 별도의 조이스틱 조작 없이 머릿속 생각만으로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실험 영상을 공개했었다.
중국도 원숭이 목에 반도체 칩을 연결해 로봇팔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를 상대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실험이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게 중국 연구팀 측의 주장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난카이대 인공지능학부 연구팀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원숭이를 사용한 BMI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