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이 미국의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계약을 승인하지 않고 거부했다. MS 측은 항소를 통해 반드시 인수를 관철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CMA는 현지 시간 26일, 인수 계약 승인을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지난해 9월 이번 인수의 1차 심사 결과 불허 판정을 내리고 2차 심사에 들어간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MS가 이미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 인수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란 게 이유였다.
이로써 CMA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이어 공식적으로 이번 인수를 반대한 두 번째 정부 기관이 됐다. FTC는 앞서 지난해 12월, 이번 인수가 독점경쟁방지법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행정법원에 MS를 고소했다.
MS와 액티비전 측은 즉각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영국 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사는 앞서 MS가 제시한 목표인 '회계연도 2023년(2022년 7월~2023년 6월) 안에 인수 계약 마무리'를 파기하고 인수 예정 시점을 연장하는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번 결정은 클라우드 기술 시장의 실질적 모습을 잘못 이해한 결과로 보여 크게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은 "CMA는 'IT사업에서 매력적인 곳이 되겠다'는 영국의 비전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MS는 지난해 1월 687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2조원, 27일 환율 기준 약 92조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식 전량을 매수,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게임업계 역대 최대, MS의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로 이른바 '세기의 빅딜'로 불리며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콘솔 게임기기 '엑스박스(Xbox)' 보유사 MS가 미국의 초대형 게임사를 인수하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게임사는 이번 인수에 반대하지 않았다. 빅테크 중에선 Xbox의 라이벌 플레이스테이션의 주인 소니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MS와 마찰을 빚어온 알파벳(구글)만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세계 각국 규제 당국에선 이번 인수가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MS는 이에 엔비디아·닌텐도 등은 물론 유럽의 부스터로이드, 일본의 유비투스 등 중소 클라우드 게임 업체들과 연달아 10년 단위 게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 IP를 독과점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점을 어필해왔다.
CMA를 상대로 한 MS의 법정 다툼은 불리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클레이 그리핀 SVB증권 연구원은 "CMA가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분석함에 있어 다소 비약적 논리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CMA는 거래를 무산시킨 킬러(Deal-Killer)가 됐다"고 평했다. 더그 크루츠 TD코웬 연구원은 "MS가 이번 항소심에서 이길 가능성은 10% 이하"라고 분석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계약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칠레·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중국이나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 관련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5월 22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