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미국 고용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10곳 가운데 9곳이 AI 기술을 보유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반면, 사용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는 반대로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AI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식으로든 AI 기술이 향후 미국 고용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전례 없는 새 변수로 본격적으로 부상한 셈이다.
◇美 기업 10곳 중 9곳 “챗GPT 기술 보유자 채용 계획”
20일(이하 현지 시간) 더힐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닷컴이 지난 5일 미국 기업체 대표 11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1%가 챗GPT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채용해 쓰고 있거나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레주메빌더닷컴의 스테이시 홀러 선임 컨설턴트는 이 같은 설문 결과가 나온 의미에 대해 “챗GPT가 이 세상에 등장한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구인시장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챗GPT라는 새로운 직종이 고용시장에 등장한 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레주메빌더닷컴에 따르면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라는 전혀 새로운 직업이 미국 기업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화형 AI인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업무는 챗GPT와 대화할 때 필요한 입력값들의 조합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기업들이 채용하는 이유에 대해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하팀 라만 교수는 “똑같은 챗GPT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입력값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주메빌더닷컴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체 대표들 가운데 29%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할 계획을 이미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이 널리 퍼지는 환경에서 시장 경쟁에서 앞서려면 이 같은 인력의 영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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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직장인 10명 중 7명 “AI 때문에 고용안정 불안”
미국 직장인들도 챗GPT로 대변되는 AI 기술의 획기적 진화가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사용자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것이 자신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란 점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2월 미국 성인 1만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퓨리서치센터가 2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68%는 “AI가 앞으로 20년간 근로자들의 업무에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 즉 AI가 자신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거나 적을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절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고, AI 때문에 자신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2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AI 기술을 이용해 채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1%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미국 직장인의 대다수는 해고 여부나 진급 여부를 결정할 때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이 같은 응답은 챗GPT가 등장한 직후에 실시된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라면서 “챗GPT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는 현재 기준으로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사용자가 AI를 이용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이라면 입사 지원을 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6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입사 지원서를 내겠다는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