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차관보 급)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포함한 것을 국내에도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국내 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2월 27일 대표 발의한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이 마무리될 경우 통계청 등 정부 내 유관기관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 것으로 지난 17일 발간됐다.
앞서 언급된 통계법 개정안은 통계청이 국내 표준분류를 작성함에 있어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대신 '참고'하여 작성하도록 해 국내 표준 분류가 국제 표준에 기속되는 것을 막는 한 편 유관기관가 더불어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도 수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WHO는 지난 2019년 국제 질병분류 개정판인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1에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새로이 질병 코드로 등재, 2022년부터 실제 적용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ICD-11을 따라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코드화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통계청은 매년 5년마다 국내 표준을 개정하는 가운데 2020년 해당 내용이 논의되지 않아 오는 2025년 게임 이용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질병 코드로 등록되느냐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게임 중독은 명백히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과 수출 효자 산업인 게임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 공존하고 있다.
이상헌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으로서 그간 게임 산업에 우호적인 활동을 지속해왔다. 의원실 측에 따르면 이번 통계법 개정안은 통계청이 무조건적으로 WHO의 국제 기준을 따라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발의됐다.
김일권 기재위 수석전문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 2월 27일 발의된 통계법 개정안은 한국표준분류를 작성함에 있어 국제표준분류의 문제점이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국내 상황을 보다 적절히 반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이용장애 논란에 관해 "ICD-11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는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며 "게임이용장애가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관련 규제 신설, 낙인 효과로 인해 국내 게임 기업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국가 간 통계 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 △법률에 전문가·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추가할 경우 이해관계자 영향력 확대로 표준분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개정안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김일권 위원의 보고서는 이에 관해 "한국표준분류가 국제표준분류와 괴리되고 국가 간 통계 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UN(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가 국제통계분류는 회원국에 대한 권고 사항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이해관계자 영향력 확대로 인한 표준분류 왜곡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단순한 의견 수렴이 반드시 의견에 의한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특정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표준분류 작성에 반영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소위원회인 개획재정위원회의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심사 등 과정을 거쳐 정부에 이송될 전망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