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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회담 연기 진짜 속내… ‘이란 전쟁’ 뒤에 숨겨진 동상이몽

공식적으론 “호르무즈 해협 위기 대응”… 실상은 준비 부족과 전략적 불신 팽배
미국의 ‘관리 무역’ 압박 vs 중국의 ‘폭격 중인 대통령 초청’ 부담… 5~6주 뒤 기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사진=로이터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전격 연기됐다.
백악관은 이란과의 전쟁 관리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긴급한 국내외 안보 현안’을 공식 사유로 내세웠지만, 외교가에서는 양측의 기대치 불일치와 고도의 기싸움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연기는 단순한 일정 조정을 넘어 미·중 관계의 복잡한 함수관계와 중동발 지정학적 변수가 얽힌 결과물로 풀이된다.

◇ 표면적 사유: “전쟁 중 자리를 비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주석을 뵙기를 기대하지만, 지금은 이란과의 상황이 급박하다”며 정상회담이 5~6주 정도 미뤄질 것임을 확인했다.

미 해군 제럴드 포드함이 투입된 이란 공격 작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다.

전 세계 석유 유통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한 수혜국들에 해협 재개방을 위한 ‘비용 분담’을 요구하며 이를 정상회담의 새로운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 이면의 진실 ①: “준비 없는 사진 촬영은 사절”


분석가들은 이번 연기가 사실 미사일이 날아다니기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 회담 이후 가동된 무역·기술 실무 그룹은 1월부터 동력을 잃었다. 중국은 관세 완화와 기술 고립 해소를 위해 초안을 보냈으나, 워싱턴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를 대량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관리 무역’ 메커니즘을 관철하려 했으나, 구체적인 품목 선정과 공급망 안보 문제로 난항을 겪어왔다.

미국은 3월 말 방문을 밀어붙인 반면, 중국은 충분한 예우와 준비를 위해 4월 말 이후를 선호하며 일정 조율부터 삐걱거렸다.

◇ 이면의 진실 ②: 중국의 ‘함정’ 경계령


중국 측에서도 전쟁을 수행 중인 트럼프를 초청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에 대한 폭격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에서 환대하는 모습은 중국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퀸시 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은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분담금을 요구하며 방문 자체를 압박 수단으로 삼자, 중국이 ‘이것이 함정인가?’라며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 측에서도 파리 회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기 의사를 타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향후 전망: “결별은 아니지만, 성과는 불투명”


전문가들은 이번 지연이 2023년 정찰 풍선 사건처럼 관계의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 펀드 전무이사는 “중국은 지도자 간의 정기적인 소통이 없으면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상반기 내 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이번 회담이 미뤄지면서 하반기에 계획된 다른 고위급 회담 일정들도 도미노처럼 밀릴 수 있어, 미·중 관계 안정화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 한국 외교에 주는 시사점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는 우리 정부에게도 전략적 준비 시간을 벌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이란 전쟁이 미·중 관계의 최우선 순위를 뒤바꾼 만큼, 우리도 중동 정세와 미·중 관계를 연동시킨 통합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대규모 구매 리스트가 우리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나 대미 수출 물량과 겹치지 않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보 분담을 요구한 논리는 조만간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항행의 자유 보장 비용’ 청구서로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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